소피 라구나가 글을 쓰고 주디 왓슨이 그림을 그린 <네가 자라면>. 갓 태어난 동생을 바라보며, 앞으로 함께 떠날 모험을 상상하는 형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글도 탐험하고 모래성도 쌓아 적을 물리치고 배를 몰아 극지에도 가고 이야기 속 용도 만나고....... 동생과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은 다정한 형이에요.
호주 작가들답게 정글, 바다, 극지 등 광활한 자연을 찬란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생하게 색이 살아 있는 주디 왓슨의 그림을 보면 아주 오래된 모험의 꿈들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아요.
조각보를 이은 듯한 담요는 이 책의 주요한 모티프입니다. 처음에는 형의 망토로 등장합니다. 망토는 상상 속에서 책을 읽을 때 두 사람을 덮어주기도, 배나 썰매의 짐을 덮어주기도 하죠. 상상 속에서 처음에는 형이 앞서고 일을 하지만, 점점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되지 않으면서 종내는 동생이 형을 구해 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상을 마친 후, 담요는 혼자만의 망토가 아닌 두 아이가 함께 잠드는 텐트가 되어줍니다. 이 아이의 세계에 동생이 쑥 들어오면서, 둘은 시혜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등하고 상호호혜적인 관계가 되어 갑니다.
번역하며 연꽃 자매들 놀던 모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담요 하나가 바다도 되고 배도 되고 소풍 장소도 되면서, 집에 있어도 참 멀리까지 갈 수 있던 아이들이. 아이들의 한계 없는 상상력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기뻤던 책. 그림책을 번역하는 즐거움이 이럴 때 참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