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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여는 법

옛날 옛적에 존경받는 구루가 살았답니다

by Iris K HYUN


가슴을 여세요.




존경받는 그 구루는 자신을 찾아온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사람들은 물었죠.


"선생님 가슴을 대체 어떻게 여나요. 사랑의 마음을 아무리 써도 전 가슴이 열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머리로 말하지 말고 가슴으로 말하세요. 그러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구루의 대답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어요. 사랑이 그저 느껴지는 더 아름다운 세상에 자신들은 닿을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플라이오조





맨날 같이 술 먹고 춤추고 놀던 또 다른 구루가 있었어요. 그를 찾아와서 뭘 물어보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고 그가 구루인지조차 몰라서 길에 대강 누워있다 보면 오가는 사람에게 걷어 차이기 일쑤였죠. 슬쩍 보기에도 먼지 폴폴 나는 그런 인생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유명한 그 구루의 강연장을 지나게 되었어요. 겉보기에도 화려한 강연장 한가운데 존경받는 구루가 위엄 있게 앉아 있었어요. 온갖 상징적인 것들로 수 놓인 비단 방석 위예요. 그는 여느 때처럼 가슴을 여시라고, 제발 허용하시라고 말했죠. 가슴을 열게 되면 어떤 멋진 일이 일어나는지 열심히 설명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고요.

헌데 이 아름답고도 숙연해마지 않는 공기를 가르며 길거리 구루가 난데없이 등장한 거예요. 사람들이 제지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튀어나왔죠. 초라한 행색의 그는 술이 덜 깼는지 연단으로 풀쩍 뛰듯 한달음에 올라가 존경받는 구루에게 감히 다가갔어요. 그리고 경건하게 정좌한 구루의 다리를 베고 벌러덩 누웠죠. 해맑은 아이처럼요. 그렇게 누워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그 눈빛은 술 먹은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투명하고 또렷했어요.



"말할 필요가 뭐 있어요. 당신이 열고 있으면 그만이지."



사람들은 저 놈을 쫓아내라고 웅성거렸고 존경받는 구루는 애써 위엄을 차리고 같은 말을 반복했어요.



"여러분 가슴을 여세요."



길거리 구루는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당신이 열고 있으면 상대는 알아서 열린다고요."



자비롭고 사랑이 넘치는 구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길거리 구루를 거칠게 밀쳤어요. 희죽거리는 꼴이 못마땅했던지 깔고 앉았던 방석으로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죠.

헌데 무슨 영문인지 길거리 구루는 냅다 박수를 치는 거예요. 기쁨의 박수요. 진짜 기뻤거든요. 그가 드디어 가슴의 말을 하니.

그런데 존경받는 구루는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했어요. 이제야 이 녀석이 나를 좀 위대하게 보기 시작하는군.



방석으로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웃는 길거리 구루는 결국 사람들에게 질질 끌려 연단을 내려왔어요. 그리고 아까 맨 앞줄에서 질문을 했던 여자를 보았어요. 아무리 사랑을 써도 가슴이 열리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던 그 여인이요. 그녀의 눈을 깊게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어요.



"미움을 제대로 써 보셨나요?"



길거리 구루는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릴 이 말을 남기고 다시 춤을 추러 갔답니다.



- 이상한 동화 The end -



@플라이오조





에필로그<


실컷 춤을 추고 거지 구루가 향한 곳은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반짝이기로 유명한 돔을 가진 궁전이었어요. 사실 그는 그 궁전의 주인이었답니다.

그 궁전의 입구에는 이런 글이 금빛 글자로 새겨져 있었어요.


자신 안의 미움이 뭔지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은 사랑의 깊이를 알지 못합니다.


구루의 궁전은 저 금빛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어요. 그 쉬운 걸 하며 몰려든 사람들은 허탈하게 돌아갔어요.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저 글자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입구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입장하면 뭐가 있냐고요? 그는 거기서 들리지 않는 음성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법칙들을 나눠 주어요. 아낌없이요. 의지를 내지 않아도 전해지는 가슴의 말들은 공중에 그저 떠다니고 있었죠. 그 말들은 까마득히 높은 돔의 천장으로 춤을 추듯 자유롭게 날아다녔어요. 붙잡을 필요도 없는 그런 기쁨처럼요.



그 궁전에 입장한 한 여인은 그 돔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흘렀어요. 그녀는 그때 그 구루의 강연장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여인이었어요. 그날 그녀가 해석한 춤이에요.



자신의 느낌을 헷갈려하는 사람은 타인의 느낌도 조작해요. 본인 스스로는 그걸 모르죠. 당신이 느끼는 게 당신에게 정답이에요. 그걸 정말 신뢰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느끼는 것이 당신의 세상이니까요.





나는 내가 누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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