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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Feb 08. 2024

누구니 넌



누구지?



내 앞에 거울 같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면

나는 누구지



어떤 끄달림일지

인연일지 모를

그 사람들이

다 사라지면

나는 누구지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 때

더 이상 그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은

나는 누군가



그 끝도 없는 반복이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할 때

나는 누군가




얼마 전 깜깜한 길을 걷다가

산티아고 길이 떠올랐다.

새벽에 일행 없이 나와서

어둠 속에 서 있는지도 모르게 서 있던 느낌

손에 쥔 스틱으로 내 다리를 건드리고 놀라서 소리를 질러댔다.




뭐가 그렇게 두려웠나

동물이라도 튀어나올까 두려웠나

낯선 사람이 나를 해칠까 봐 두려웠나




어릴 때

엄마가 사주신 위인전 시리즈를 뒤적거리면서

난 헬렌켈러의 삶이

제일 두렵고도 존경스러웠다.



나를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사라졌을 때

나는 무엇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있을까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나





머리를 드니

달이 밝고

수도 없이 박힌 점들이 깜빡인다.

거리가 다 다른 별들이

같은 시간처럼 보인다.

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경계가 저와 같다면

나는 누구지



차라리 동물이라도 튀어나오면 덜 무섭겠다고 느꼈다.






치앙다오. 밤. 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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