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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Sep 11. 2024

나비 엉덩이



0. 오서하 작가님(현 여등 작가님)이 쓰신 '나비 엉덩이'를 낭송해 보았습니다. L에게, 안에 담긴 시들이 다 좋지만.. 눈을 보고 다니는 저에게 특별한 울림이 되는 시여서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




L


책을 읽다 까르륵 웃었어요

나비는요

엉덩이에 또 다른 눈이 있대요

엉덩이에 있는 눈으로 교미의 순간 서로의 생식기를 확인한다네요

교미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산란관을 확인해서

다음 세대가 태어나는 순간을 지켜본 다네요

기똥찬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달팽이의 교미기관은 목이지요

사랑의 화신으로 표현될 만큼 그들의 교미는 길고도 아름답습니다

목으로 교미하고 목으로 알을 낳지요



교양과 품위가 있어 보이는 달팽이의 교미와는 다르게

우아한 나비의 은밀한 사생활은 생각할수록 우스워요

엉덩이에 눈을 숨겨두다니요

그뿐이 아니에요

편리하게도 발바닥으로 맛을 보기도 해요

어쩌면 이토록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건지요

온몸으로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느끼며

제대로 표현하는 나비가 부러워요



내가 원하는 것들을 불편함 없이 제대로 표현해 봤던가 싶어요

나는 나에 대해 알고나 있는지,

정말로 솔직해 본 적은 있는지,

가식이나 치레 따위를 던지고 내가 나를 용납한 적이 있었는지

그조차 의심이 가네요




L



짤랑거리는 나비의 눈을 갖고 싶어요

내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고

조용히 다가가 심장을 두드릴 수 있는 허락되지 않은

조그만 눈을 갖고 싶어요

비밀스럽게




L에게, 오서하 작가


++++++++++++






1> 오서하(여등) 작가님의 시 '나비 엉덩이' 낭송


보드에 붙은 건 제 눈이에요. 나비가 되고 싶은 열망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ㅎㅎ





2> 나비야, 잘 자라. 곽현 노래







00. 나비랑 달팽이랑 정말 그렇게 교미를 하는지.. 엉덩이에 눈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네요. ㅎㅎ 작가님은 대체 어떤 책을 읽으셨던 걸까요? 그 책의 작가님은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하실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 시가 아주 매우 너무 좋습니다!



000. 마지막 구절은 읽다 보니 한번 더 읽었는데 '비밀스럽게'는 읽지 않았더라고요. 다시 녹음할까 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그러고보니 영상 안에 보드에 쓴 글에는 '허락되지 않은'이 또 빠져있네요.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하하.



0000. 달팽이가 되어 노래하고 나비가 되어 다른 눈을 보고 싶어요.

나비의 눈을 갖고 싶어요.  



00000. 가끔 나비가 잠이 안 올 때 자장가를 어떻게 불러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곳 공유오피스 회의실에서 하다보니.. 눈치가 좀 보이네요. 크리스탈을 맘껏 빵빵 울릴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나비야. 잘 자라... 잠이 올까요.^-^



+첨언

<문득 집으로 오는 길에 저에게 일할 공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하더라고요. 철이 늦게 드는 나비인지 전 이제 잡니다. 제게 부른 자장가, 제가 더 좋아해주고 싶어요. 어떤 노래든지요. 누군가에게 불러줘도 평안함이 되는 그날까지, 모두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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