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으로 쌓은 벽이 있다. 그리로 계단이 나 있다.
여자가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검은색 민소매에 민트색 요가팬츠를 입었다.
꼭대기에 올라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손을 흔든다.
좀 더 먼 거리로 이동해서 팔을 좌우로 크게 몇 번 더 흔든다.
여자는 같은 계단을 다시 내려온다.
여자가 계단에서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계단 아래 길을 교차하여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분홍색 긴팔 티에 청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다.
연이어 모자를 쓴 두 사람이 차례로 지나간다.
앞 선 아주머니가 점퍼를 벗더니 다시 걷는다.
파리가 코앞에서 윙윙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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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눈을 인터뷰한다고 생각해 본다.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으면 나만 보인다.
카메라의 마음을 알려면 카메라가 보고 있는 것을 봐야 한다.
그가 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봐야 한다.
내가 없어져도 카메라는 계속 돌아간다.
중립적 시선으로 고정되어 있는 그것이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그의 눈이 보는 세상을 봐야 한다.
그가 칠한 색이 있는 그 세상에는
그만의 이야기가 흐른다.
그건 내가 그의 눈에서 들여다본 세상보다
어쩌면 훨씬 더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일지 모른다.
내가 들여다보기에 숨겨버린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온전히 보고 만드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내가 들여다보고 해석하기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지점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싶다.
카메라를 향한 나의 시선이
카메라가 보는 방향을 향한다.
그리고 그 카메라
중립적인 듯 고정된 시선이 아니라
자유자재로 움직여 만드는 이야기
그걸 담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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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번에 강진에서 소설가로 활동 중인 20대 작가님도 만났다. 작가님의 작업이 독특했던 것이 강진의 '시선'으로 시를 썼다는 것이다. 계절별로 말, 비자나무, 청자를 빗는 사람, 홍교가 차례로 말을 한다. 아이디어만큼이나 시 자체도 좋았는데 나중에 허락을 한다면 여기에도 소개해보고 싶다.
덧덧. 나는 눈을 보다가 눈의 욕망의 언어를 더 들어보고 싶다고 느꼈다.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것, 사회성 안에 묻혔던 개인성의 다른 조각을 꺼내보고 싶다. 욕망의 언어는 구겨진 종이에 기록되어 감춰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퍼져서 드러나는 순간, 전구가 팡 켜질지도 모른다. (-지난 발표에 쓴 전구가 너무 콩알만 했다. 다음엔 큰 거 써야지-) 그 사람의 이름, 혹은 세상에 전달할 가치가 켜지기 위해 그 반대성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있는지 그게 더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모든 욕구가 그대로 다 괜찮은 것이다. 를 바라볼 수 있는 '탁한 물'이 어느 시점에 내게 필요했던 것처럼.
탁한 물에서 생기가 탁 튀기는 느낌.. 누군가에게 그건 아주 커다란 해답을 들이붓는 생명수가 될지도 모른다.
내가 강진에서 본 것<
내가 찍은 사진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다. 흥미로운 사진들이 많지만 초상권이 있으니 인물을 제외한 풍경만 추려본다. 그래도 너무 많아서 내가 이번에 가장 많이 담은 '햇살'만 몇 장 넣는다.
특히 아침 햇살.
커버사진: APOC*삼성물산, XR 체험 전시, 당신의 미래는 이곳에/ 서울 성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