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공간을 바꾼다. 지난 3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들어낸 인간의, 인간에 대한 공포 혹은 혐오. 내가 전하려는 것은 그것의 기록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병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란 이럴 것이다. 복잡함과 번잡함, 들끓는 군상과 아픈 이의 호소와 고통의 진저리침.
그러나 환자가 없는 병원의 을씨년스러움은 기묘한 감상을 준다.
나는 2019년 12월 31일부터 팬데믹 상황을 지금까지 기록해왔다. 항상 환자로 복잡한 병원이 팬데믹의 여파로 강제된 한산함은 기괴하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2016년 완성되지 않은 빈 병원에서, 2020년 팬데믹이 바꾼 병원이란 공간의 비틀림, 그것과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다.사람이 없는 병원 공간의 기묘함 말이다.
그해 여름은 더웠다.
나는 남산의 비탈길을 걸었다.
전(前) 안기부, 현재는 119 소방. 우리가 모르는 그곳에서 소방은 매일의 사투를 벌인다.
얼굴은 모르지만 소방의 고군분투는,
<얼굴없는> 연작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