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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Jan 31. 2024

호의가 권리가 되는게 나만 불편해?

예전에 기막힌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커플이 카페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듣고 싶어서 들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옆자리에 있었다는 죄로 그 싸움을 오롯이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사연인즉 이랬다.


남자친구가 깜짝 선물을 주었다. 그는 여자친구가 감동하리라 예상했지만 전혀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여자친구는 임의대로 선물을 주는 것은 무례하다면서 뭘 사줄지를 사전에 정해서 주면 자기가 받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질을 내는 것이었다.


우연히  듣던 나도 신박한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당사자인 남친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결국 남친은 ‘사람을 얼마나 얕잡아 보았으면 이따위 말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느냐’며 자릴 박차고 나갔다.

서론이 길었다.


이 사례를 쓴 것은 제목처럼 호의를 권리인냥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기자로 일해서 먹고 산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보통의 회사원과 동일한 삶을 산다.


그럼에도 기자직군이 주는 어떤 혜택 같은 것들이 나름대로 있어서 가끔씩은 이걸 되돌려주기 위해 어떤 식으로라도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후원이나 재능기부 등으로 도움을 주곤 했다. 지금까지 후원으로 지원한 단체가 너댓군데는 되는 것 같다.


내 딴에는 선의로 한 것이니 후회는 없는데,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좋은 일'을 하진 않을 것 같다.


선을 넘는 이들을 종종(솔직히 자주) 봐서다. 나도 사람인지라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아예 호구 취급을 하면 유쾌할리 없지 않나.


길에서 시민단체가 스티커 하나를 붙여달라고 해도 태반은 거절하는 게 요즘 인심이다. 그런데 좋은 일 해보자며 제공하는 상대의 호의를 당연시 하는 것은 결국 그걸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것이 호구 취급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런데 이런 이들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 일반적으로 도움을 주려면 아무 대가없이 도와주라고 말한다.


허나 나는 쪼짠한 성격이라 그런지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된 일인 것 같다. 좋은 일을 하는데 까짓거 아무렴 어떠냐는 내 호구스러움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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