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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Feb 14. 2024

아파야만 운동하는 미련함이라니

   

국가건강검진 결과지를 보기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몇 년째 운동은 커녕 걷는 것도 싫어할 정도였다. 많이 피울 때는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기도 했다. 일주일 내내 술자리가 있었다. 몸이, 장기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술에 진탕 취해서는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잠을 깨운 것은 명치를 찌르는 통증이었다. 진통제도, 찜질도 소용이 없었다. 심상치 않은 통증에 결국 택시를 불러 응급실로 갔다. 


진통제가 포함된 수액을 맞으며 진정이 된 것도 잠깐 수일 후 나는 같은 통증으로 또다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꼭 새벽만 되면 아프기 시작하는데 환장할 지경이었다. 


의사는 위내시경 검사를 권유했다. 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검출됐다. 균 때문에 이렇게 아프다고? 고개를 갸웃대자 의사는 그럼 CT를 받아보라고 했다. 거절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제거를 위해 14일 동안 위산분비억제제와 2종류의 항생제를 먹었다. 생전 없던 변비가 생겼고 소화도 안됐다. 얼굴색도 시꺼메진 것 같았다.


다행히 균은 제거됐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삶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 번째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이번에는 다른 병원으로 갔다. CT 촬영 결과, 지방간과 담낭에 무수히 많은 결석이 있었다. 담낭 결석은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을 담아두는 담낭에 생긴 찌꺼기가 굳어 발생한다. 결석은 담낭을 자극해 염증을 발생시키는데, 담즙이 배출되는 담관을 막아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 


치료는 담낭 절제술이 일반적인데, 의사는 아직 젊으니 고용량의 우루사를 한 달 동안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래도 또 아프면 그때 가서 절제를 하자고 했다. 술, 담배 모두 끊기로 했다. 당장 다음날에도 술자리가 있었다. 그래 까짓것, 끊자. 이번만 마시고. 


술자리를 파하고, 나는 지하철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는 남은 담배와 라이터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때 담배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마지막 담배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워 꽁초가 될 때까지 피웠다. 20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던 순간, 나는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웬걸! 이후 삼일동안 엄청난 금단증상에 시달렸다. 몸에서 니코틴이 모두 배출되자 금단증상은 줄었지만, 습관이 무서운 것이었다. 바람을 쐬러 나가서도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극복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의사가 시킨 대로 술도, 담배도 모두 끊고는 20일쯤 우루사를 먹었을까. 비가 억수로 내리던 밤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으로 난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네 번째 응급실행. 다음날 오전 수술을 받았다. 첫 전신마취가 무섭고, 수술 부위가 아파서 나는 아내에게 짜증을 부렸다. 아내는 울었다. 그게 미안해서 나는 건강해지기로 결심했다. 


수술 전부터도 하던 운동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하기로 작정했다. 고작 담낭 결석 하나에 호들갑이냐고 힐난할 수도 있겠다. 남의 몸의 암보다 내 몸의 감기가 더 큰 법이다. 아파야만 건강을, 운동을 생각하는 미련함이라니. 어쨌든 나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절실하게 건강해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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