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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un 12. 2024

커피 육아

이제 나를 키워

퇴근 후 하루종일 얼룩이 묻을까 걱정했던 셔츠를 갈아입을 새도 없이 자리에 털썩 앉아 믹스커피를 한잔 타던 밤,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린 아이는 읽고 싶은 책을 잔뜩 가져오곤 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들고 온 탓에 우르르 책이 쏟아져 발가락이 다치면 우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나에게 안겼다.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었던 31살, 워킹맘이라는 이름 앞에서 많이 좌절하고 울었다. 차마 아이를 누군가에게 온전히 맡기고 일에 집중할 용기가 없었고, 그렇다고 아이만 바라보며 업무현장에서 떨어져 고립되고 싶지도 않은 탓에 우왕좌왕 안절부절 그렇게 일과 육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방황했다.



신기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만큼은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듯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래, 이거 한 잔 마시고 힘내서 다시 일하자, 엄마 이거 한 잔만 마시고 또 책 읽어줄게.



어느덧 첫째는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여전히 커피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를 다 키우고 나니 내 자신에 대한 밀린 일기가 너무 많은 탓이다.



오늘도 커피잔을 손에 쥔다. 한 모금 마시고 긴 숨을 쉰다.


노트북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글을 쓴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작품 <하루의 한숨, 정고요나>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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