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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라씨 Feb 11. 2019

타이타닉의 고향에서 크루즈 한 달 살기 시작

아이러니하게도 대서양 횡단 크루즈는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대서양 횡단이라면, 인디펜스호를 탑승하시나요? 즐거운 크루즈 여행되세요."


입국 심사 내내 연신 웃음기 가득했던 심사관의 유쾌한 인사로 시작된 영국 여행. 악명 높다는 영국 히드로 공항의 입국심사도 유쾌하게 마쳤고, 택시비가 30만 원?! 실화냐 싶은 높은 런던의 물가에도 공유경제 서비스, 우버로 합리적인 이동이 가능했고, 과거 성벽이 그대로 남아 중세 느낌이 살아있는 사우샘프턴의 올드타운도 좋았다.


지금까지는 영국의 모든 게 좋았다.


대서양 크루즈 여행이 시작되는 사우샘프턴은 뉴욕으로 향하던 타이타닉호의 출발 장소로 유명한 곳으로, 지금도 지인들은 크루즈 여행하면, '타이타닉?'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1997년에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의 잔상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강하게 남아있었다.  


평화시에 발생한 해난 사고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었다는 슬픈 역사가 있는 곳에서 '온갖 즐거움이 가득한'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는 게 이내 마음에 걸렸다. 이런 연유로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유명한 시씨티 뮤지엄 SeaCity museum의 입장 순간까지도 망설여지는 기분이었다.





내부는 당시 사우샘프턴의 모습과 의복들, 크루들의 업무일지, 공연 대본 등 자료들이 타이타닉호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되었고, 타이타닉호 사고의 타임 테이블이나 생존자들의 사고 당시의 회상이 육성으로 흘러나와 절로 숙연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특히 직접 선택하고 조작하는 등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많아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고, 전시의 마지막은 사고 책임자들의 생생한 재판 현장이 재연되어 라이브로 재생되어 굉장히 현장감 있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사고가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깊이 애도하며 사우샘프턴을 떠났다.







15일간의 대서양 횡단 크루즈.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면 10시간도 채 안 걸려 도착할 수 있는 곳을 굳이 2주간, 거친 바다를 지나 배를 타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루즈 여행의 클래식'이라 칭하는 대서양 횡단 크루즈는 첫 크루즈 여행 이후 근 십 년간 나의 로망으로 자리했다. 뭔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그 원류를 찾는 본성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대서양 횡단 크루즈는 이곳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이 있다.


항공기 이용을 통해 단축된 시간이 주는 편리함보다 약 2주간의 느리지만,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 보이는 것이라곤 수평 선 뿐인 이곳에서는 시간마저도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착각 속에 긴장된 어깨의 힘이 자연스럽게 풀리며 마음까지 절로 여유로워지는 느낌.


손가락 하나로 세계 어디든 연결할 수 있는 정보 사회에서 빠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휴대폰과 인터넷 등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된 곳에서 보내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은 현대인들이 선망하는 완벽한 휴가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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