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게 유행일 때가 있었다. 그런 건 또 해봐야 직성에 풀리는지라 새벽 5시에 기상했다. 매일 새벽 침대에서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려 겨우 걸음마 뗀 아이처럼 비틀거리며 의자에 앉아 머리로 방아를 찧었다(내 원목 책상은 지금도 삐그덕 거린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분량의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글을 한 편 써서 인증하면 새벽 루틴이 완성됐다. 루틴이 끝나면 아침 7시, 출근하는 남편을 챙겨 보내면 7시 30분…. 운동을 갈까 차를 마실까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빛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뜨니 세상에나!! 해가 중천이었다.
승부수를 띄우고 마는 성미덕에 반년을 그러고 지냈다. 새벽 5시 기상, 7시 30분 기절, 11시 재 기상, 웃기지도 않는 미라클 모닝이었다.
나는 미라클 나잇 형 인간이다. 밤이 되면 말똥말똥, 없는 힘도 생기는 인간형, 퍼스널칼라는 형광등톤이다. 이걸 인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도와 실패와 좌절 그리고 자책이 있었는지, 모닝에 미라클 하지 못한 나를 낙오자라 확신했다.
미라클한 모닝을 보내려다 지독한 불면증과 불안을 옵션으로 챙겼다. 속 쓰림과 소화불량은 벌금 스티커처럼 등짝에 붙어있었고.
“너 그러다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삼촌이라 불렀던 의사 쌤의 살벌한 경고를 기어이 받아냈다. 쓰고 단 걸 먹어봐야 아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모닝에 미라클 하지 못한 아내를 둔 남편은 자신이 만드는 소음에 내 잠이 달아날까 도둑처럼 집을 빠져나간다. 아침밥을 먹으면 배탈이 나고야 마는 남편의 민감한 장은 내 늦잠의 수호신이 된 지 17년 차다. 그 덕에 미라클 나잇을 보낸 나는 오늘도 아침 9시, 언 땅을 용수철처럼 뚫고 나온 새싹처럼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제를 파악하니 이리도 평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