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만둔 것은 매우 정당한 이유가 있다.’
이것은 그의 무의식 깊숙이 뿌리내려 있었다.
***
평범한 회사원 정훈은 게임이 가장 큰 취미다.
그는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게임 커뮤니티나 게임 관련 유튜브 영상에도 시간을 할애하곤 했는데, 그럴 때 손가락은 항상 움직이고 있었다.
“•••까진 진짜 갓겜이었는데, 그 뒤로 운영 병신이어서 접음.”
그는 현질 유도가 심해지기 전, 재밌게 게임을 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 뒤론 여러 캐시 아이템이 등장하고 캐릭터 밸런스 문제 등으로 게임을 접었지만, 사실 게임이 질려서 관뒀던 건지 다른 게임을 하다 보니 그만둔 건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았다.
‘캐시 아이템 같은 거지발싸개 같은 거 없이 그냥 정액제로 했으면 내가 그래도 몇 년 쭉 했을 건데...’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중 어릴 적 했던 게임의 캐릭터가 불쑥 나타났다.
“넌 캐시 아이템이 안 나왔어도 그 게임을 계속하지 않았을걸?”
캐릭터가 정훈에게 말했다.
하지만 정훈은 그 말을 무시했다.
그의 눈은 최근 논란이 되는 어느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글을 훑고 있었다.
또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
“저번에 버그 터지고 접었는데 이 겜은 아직도 개판이네ㅋㅋㅋ”
그렇게 댓글을 달자, 아까 그 캐릭터가 다시 나타나 정훈에게 말을 건넸다.
“버그가 안 터졌어도, 니가 그 게임을 지금까지 하고 있을 거 같지는 않은데?”
정훈은 이번에도 캐릭터의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어떤 게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영상을 재생했다.
그도 한때 즐겼던 게임이었고, 유저들이 효율을 위해 높은 스펙을 점점 요구하고 뉴비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는 내용이었다.
‘나 때는 그래도 낭만이 있었지. 지금은 게임이 일도 아니고, 면접도 보고 라인도 잘 타야 한 자리 낄 수 있고. 말세다 말세야.’
정훈이 그런 생각을 떠올렸을 때, 아까 캐릭터가 다시 나타나 말을 건넸다.
“너도 레이드 갈 때 파티원 가려 받았던 거 기억 안 나?”
하지만 그 소리는 정훈의 귀에 도달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훈의 귓구멍은 단단한 시멘트로 공구리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 옆에는 경주마들이 쓴다는 시야 가리개가 씌어 있었다.
캐시 아이템을 혐오하던 그는 아이템으로 무장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