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앙요 Mar 27. 2023

사랑

(51)

재요에게.


안 그래도 요즘 툭하면, "사랑은 뭘까..?" 하는 질문을 만나곤 하는데 이번 글의 주제도 사랑이네. 

영화를 봐도, 기차를 타도, 너를 그냥 보고 있어도, 도대체 (인간동물들이 하는) 사랑은 뭐길래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나,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돼. 사랑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시간을 견디고, 상상해 본 적 없던 선택을 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깨부수면서 세계를 확장해 가는 장면들을 너무도 쉽게 목격하거든.      


나에게 주어진 몫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이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런 눈으로 그 마음들을 읽어내게 되는 걸까. 나는 사랑이 엄청 가득한 사람이 아닌데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더라. 어쩌면 그래서 더 밀어내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할 때도 있는 것 같은데,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을 뿐. 덜어내려 할수록 점점 이 사랑들에 몰입해 가는 나를 발견해. 사랑할수록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가 봐. 나의 사랑은 자꾸만 진해져.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곧 그 사람의 세상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일 텐데, 내가 사랑한 적 없던 세상을 마주하든 내 세상이 사랑받지 못하든, 괜히 무서워서 '사랑은 뭘까'라는 질문이나 던지는 걸지도. 하지만 짙어져 가는 사랑 안에서 견뎌내야 하는 무게라는 것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어. 근데 오늘 인스타에서 아는 분이 공유해서 보게 된 유퀴즈 짤에서, "혹시 사랑이란 뭐예요?"라는 질문에 9살 주은 씨는 이렇게 답하더라. "누군가를 좋아하고 갑자기 꼭 껴안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거요." 


사랑은 무엇이다,라는 답 자체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랑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거였어. 가족이나 애인, 가까운 친구 아니면 나 자신,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한 사랑까지. 여전히 서투른 나의 사랑들을 나름의 언어로 잘 지켜낼 수 있기를. 두려워도 계속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기요.

2022.03.26.


+ 다음에는 '러브'에 대한 글을 써 줘:) 

작가의 이전글 신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