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힐러 소을 Nov 12. 2018

그라운딩(grounding), 실내에서도 할 수 있어요

자연의 힐링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 

모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굵은 눈송이가 소담하지만 이렇게 눈이 오고 나면 길이 미끄러워져서 며칠 동안 운동을 할 수가 없다. 경사진 골목길은 온통 빙판길이라 천천히 걷기에도 조심스럽다. 주문 음식을 싣고 가던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걸 몇 번 본 뒤로는 눈이 녹을 때까지 왠만하면 나가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었다.


“이 참에 책쓰기 진도를 한번 나가 볼까~ "


며칠 간 책상 앞에 앉아 글자와 씨름 했더니 눈이 너무 피로하다. 글자가 희미해질 리가 없는데. 자꾸 내 눈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이젠 머리까지 멍해진다. 뭐지… 이렇게 붕 뜬 것 같은 느낌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본다. 창문을 열어서 찬 공기도 쐬어 본다. 눈을 감았다 떴다 꿈뻑거려도 보지만 붕 뜬 것 같은 비현실감은 여전하다.


“아… 며칠 동안 걷기를 못했더니만…. ”


매일 운동하면서 공원에서 흙을 밟고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니다 며칠 날씨 때문에 쉬었더니 이렇게 금방 신호가 온다. 자연의 에너지를 받지 못해서 기가 머리 쪽으로 몰린 것이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멍한 느낌이 있었던 것도 하체에 에너지가 약해서였다. 이럴 땐 눈이 녹기만 하면 바로 나가서 땅의 기운을 듬뿍 받으리라 다짐하게 된다.


“이럴 때 쓰려고 준비해둔게 여기 있지. 만들어 놓길 잘했다니깐”


나는 화장대 서랍을 열고 갈색병을 꺼냈다. 고이 모셔 놓은 갈색병 안에는 마사지 오일이 들어 있다. 몸이 아프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야외활동을 못할 때 쓰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시더우드(cedarwood), 파인(pine), 샌덜우드(sandalwood) 에센셜오일을 섞어서 만들었는데 꼭 숲에 있는 것처럼 나무와 땅의 향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걸로 발바닥과 종아리를 마사지 하면 에센셜오일 성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다리에 퍼지는게 느껴진다. 흙을 밟으면서 걸을 때처럼 발에서 땅의 에너지가 느껴지는게 정말 개운하고 편안하기 그지 없다.


“오랜만에 이 팔찌도 한번 해볼까. 이럴땐 이게 최고지~~”


어느 새 내 팔목에는 블랙토르말린(black tourmaline)으로 만든 천연 원석 팔찌가 반짝이고 있다. 고대의 치유사들은 부정적인 에너지로부터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보호하고 치유하는데 블랙토르말린 원석을 사용했다고 한다. 블랙토르말린은 우리 몸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고 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파워풀한 그라운딩 원석으로도 알려져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의 전자파를 차단해 주기도 한다.


“음~~~ 이게 바로 원석의 에너지라는 거구나~”


원석 팔찌를 차고 있으니 다리에서 꿀렁거리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속살이 간질거리고 찌르르하다. 머리 쪽에 몰려 있던 에너지가 서서히 내려오면서 균형을 잡기 시작한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흐릿하던 시야가 점점 또렷해진다. 눈의 피로감만 좀 풀리면 다시 컴퓨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눈이 호강할 만한게 뭐 없을까. 집안을 둘러 보니 거실에서 잘 자라고 있는 화분들이 보인다.


“그래, 바로 저거야! 오늘따라 더 이쁜 것들!”


나는 화분 가까이로 가서 밝고 싱싱한 연두빛 잎을 실컷 구경했다. 손으로 잎을 만져도 보고 근처에서 알짱거리며 화분과 놀았다. 따뜻한 실내에서 쑥쑥 자라 꽃을 피운 화분들, 선인장이 이렇게 예쁘기도 하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모양새를 보며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행운을 불러다 준다는 작은 대나무와 손으로 따서 팩을 만들어 보고 싶은 탱글탱글한 알로에까지. 우리 집 거실에는 마치 작은 온실처럼 초록빛이 가득했다. 그렇게 살아 있는 식물 가까이에 있으니 화분의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내 몸이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야외에서 그라운딩을 할 때처럼 내 몸에 전해져 오는 녹색 식물의 에너지 덕분에 집에서도 제대로 휴식을 취한 셈이다.


“이제 다시 일 좀 해볼까~”


확실히 좋아진 컨디션으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눈 앞이 흐려진다 싶으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리 쪽에 집중해본다. 발가락을 움직여도 보면서 바닥에 닿는 그 느낌을 느껴본다. 이래도 집중력이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고개는 정면을 향한 채로 시선은 바닥을 보면 된다. 코 끝을 본다고 생각하고 눈을 잠시 내리 깔고 있어보자. 그렇게 있으면 눈의 피로감이 풀리고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시야가 뚜렷해 진다.


나는 이제 외출 할 때면 블랙토르말린 팔찌부터 챙긴다. 그리고 가방에는 작은 롤온 병에 담긴 마법의 에너지 오일이 항상 있다. 갈색병에 만들어 놓은 오일을 덜어서 휴대용 유리공병에다 담았는데 필요할 때 마다 손목 안쪽이나 귀 뒤에 슥슥 바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사람 많은 장소에서 정신이 쏙 빠질 때,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소리에 멍해지다 못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땅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당장 나무 옆으로 갈 수 없다면 나처럼 든든한 비밀병기 하나쯤은 꼭 마련해 보자. 민감성이 높은 사람일 수록 외부의 자극과 에너지에 쉽게 영향을 받아 내 안의 균형이 깨지기 쉬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렷한 시선으로 내 몸 안에 머무르는 그 느낌은. 뭐랄까, 지금 이 순간 내가 정말 살아있구나 싶은 느낌이다. 엄청 좋다. 이  느낌!

작가의 이전글 민감한 당신에게 누구보다 더 많이 필요한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