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화. 현실이 주지 못한 자유, 메타버스가 설계한다

AI가 세상을 바꾸어도, 인간의 욕망은 인간이 설계한다

by 소망안고 단심

“당신은 어떤 몸으로 살고 싶은가?”

곧 다시 상영될 영화 아바타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현실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 제이크가, 가상 육체인 ‘아바타’를 통해 판도라 행성을 자유롭게 달리고 날아다닌다.

현실이 허락하지 않은 자유를, 가상세계가 대신 열어준 것이다.

12.png


사람들은 왜 이 이야기 속에 그렇게 깊이 빠져들까?

아마도 우리 시대가 가진 욕망과 결핍이 고스란히 비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끝없는 경쟁에 지치고, 관계 속에서 단절되고, 불안한 미래에 흔들리는 우리는 점점 더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계—메타버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제 메타버스는 단순한 오락 공간이 아니다.

가상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가상 병원에서 상담을 받으며, 가상 공연장에서 수십만 명이 함께 노래한다.

현실의 한계를 벗어난 세계가 열리면서, 그 세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과제를 맡는 직업이 바로 메타버스 기획자다.

이들은 단순히 코드를 짜는 개발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하고, 가상세계의 질서를 세우며, 현실과 디지털을 잇는 다리를 놓는 설계자다.




메타버스의 얼굴들

1. 로블록스 (Roblox)

12-2.png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중심의 메타버스 플랫폼.

아이들, 청소년,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월드를 만들고 공유한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이미 놀이공간과 경제 시스템이 돌아가는 세계다.


2. 제페토 (Zepeto)

12-3.png


네이버 Z가 만든 아바타 기반 소셜 메타버스.

3D 아바타를 꾸미고, 가상 월드에서 친구와 어울리며, 브랜드 아이템을 사고판다.

나이키, 구찌 같은 실제 기업도 이곳에서 매장을 열었다.

제페토는 곧 자기표현 + 관계 +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3. 포트나이트 콘서트

12-4.png

원래는 배틀로얄 게임이었지만, 지금은 메타버스 이벤트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2020년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에는 무려 1,230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물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하나의 공연에 참여하는 경험.

가상 공연장 + 문화 경험이라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왜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향하는가?

1. 치열한 경쟁 사회 → 탈출구로서의 메타버스

시험, 스펙, 성과, 순위… 늘 비교로 가득 찬 현실.

조금만 뒤처져도 낙오자로 낙인찍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지쳐간다.

메타버스는 그 피곤한 구조를 벗어나 또 다른 자아로 살아볼 수 있는 출구다.

“현실에서 못 이룬 꿈, 가상세계에서 한번 살아보자”는 갈망이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2. 관계의 단절 → 새로운 연결망으로서의 메타버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연결을 원하지만, 현실에서의 만남은 점점 줄어든다.

메타버스는 그 공백을 채워준다.

아바타로 대화하고, 가상 공연장에서 환호하며, 게임 속에서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관계의 갈증이 이곳에서 풀린다.


3. 외모·계급 중심 사회 → 평등한 아바타 세계

오늘날 현실은 여전히 외모와 경제력이 사람의 가치를 좌우한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누구나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평등의 환상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4. 불안한 미래 → 실험의 장으로서의 메타버스

AI, 자동화, 경기침체… 미래는 불안정하다.

현실에서는 실패가 치명적일 수 있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사업 아이디어, 사회 제도, 새로운 문화를 시험해 보는 리허설 무대가 된다.


결국

경쟁·단절·불평등·불안이 지배하는 지금 사회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로 몰아넣고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라, 현실 사회가 준 상처와 결핍을 반영하고 치유하려는 현대인의 집단적 도피처이자 실험실이다.




메타버스 기획자란 누구인가?

사람들의 욕망과 결핍을 설계하는 직업, 그것이 바로 메타버스 기획자다.

1. 세계관·시나리오 기획

메타버스 공간의 테마, 배경, 규칙을 만든다. 예를 들어 “가상 캠퍼스”라면 수업 시스템, 과제 제출, 아바타 상호작용까지 설정하는 것이다


2. 사용자 경험 설계

사람들이 접속했을 때 어떻게 탐색하고, 누구와 상호작용하며, 어떤 재미·가치를 얻을지 동선을 짠다. 현실의 불편을 줄이고, 가상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3. 기술·플랫폼 이해

VR/AR 기기, 블록체인, 아바타 시스템, 서버 구조 등에 대한 이해하고 개발팀·디자이너와 소통해서 현실 가능한 기획을 한다


4. 비즈니스 모델 설계

가상 아이템 판매, 광고, 이벤트, 구독형 서비스 등 수익 모델을 기획하고 기업 의뢰를 받아 브랜드 홍보 공간을 메타버스에 구축하기도 한다




필요한 역량

1. 콘텐츠 기획력 – 스토리텔링, 이벤트 아이디어.

2. 기술 이해력 – 기본 엔진·네트워크 원리 이해.

3. 데이터 분석력 – 행동 패턴을 보고 설계 개선.

4. 커뮤니케이션 능력 – 개발자·디자이너·마케터·운영자와 협업.

메타버스 기획자는 결국 가상의 도시 시장 + 테마파크 디자이너 + 게임 기획자 + UX 디자이너를 합쳐놓은 존재다.



결론

AI가 가상세계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세계에 사람이 머물고 싶게 만드는 것,

현실과 가상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 것은 오직 메타버스 기획자의 몫이다.


AI와 협업하며 세계와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이 직업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더욱 빛날 것이다.

12-5.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