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과 브랜드를 동시에 관리하는 미래의 직업
중2학년인 딸아이의 미래의 꿈은 아이돌이다
가끔은 아이돌이 된 딸아이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족이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남편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딸! 아이돌 되면 아빠가 매니저 할게.”
한때 매니저라는 직업은 가수나 연예인의 전유물이었다.
스케줄을 관리하고, 이미지를 관리하고, 위기 상황에서 대신 대응하는 사람.
그런데 지금은 그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가 없어졌다.
무대에 오르는 것도,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것도, 심지어 팬 미팅을 여는 것도 가상의 인간,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제 가상 인간을 브랜드 모델로 내세운다.
삼성의 ‘수아’, LG의 ‘김래아’,
그리고 해외에서는 게임, 패션 브랜드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이미 활동 중이다.
이들은 잠을 자지 않고, 나이를 먹지도 않는다.
말실수를 하지도 않고, 체력의 한계도 없다.
365일 24시간 활동 가능한 ‘완벽한 연예인’이자 브랜드 자산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완벽한 듯 보이는 존재도 결국 인간이 설계하고 운영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등장한 직업이 바로 디지털 휴먼 매니저다.
디지털 휴먼 매니저는 단순히 캐릭터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1. 팬덤 매니저
가상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를 좋아하는 팬들과의 소통 창구를 설계한다.
팬미팅, 이벤트, 댓글 반응까지 세밀하게 기획해 팬심을 관리한다.
2. 브랜드 매니저
기업의 광고 모델로 활동할 때, 브랜드 메시지와 가치관이 디지털 휴먼의 말투와 행동에 반영되도록 조율한다.
3. 콘텐츠 기획자
어떤 무대, 어떤 캠페인, 어떤 영상에 등장할지 시나리오를 짠다.
4. 위기관리 담당자
기술 오류, 데이터 편향, 논란성 발언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한다.
결국 디지털 휴먼 매니저는
팬덤과 브랜드, 두 세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새로운 관리자다.
디지털 휴먼 매니저에게 필요한 역량은 생각보다 복합적이다.
1. 심리와 커뮤니케이션 감각
팬들에게 친근하면서도 매끄럽게 다가올 수 있는 대화 설계 능력.
2. 데이터 분석·AI 활용 능력
디지털 휴먼의 발언과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역량.
3. 브랜딩·마케팅 감각
디지털 휴먼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기업의 얼굴이자 팬덤의 스타가 되도록 만드는 감각.
4. 위기 대응 능력
현실 스타가 스캔들로 무너질 수 있듯,
디지털 스타도 데이터 오류나 논란으로 추락할 수 있다.
그 위기를 관리하는 책임이 매니저에게 있다.
앞으로 디지털 휴먼 매니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뿐 아니라, 교육, 상담, 쇼핑,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해질 것이다.
1. 가상 선생님을 관리하는 교육 매니저
2. 가상 상담사를 관리하는 심리 서비스 매니저
3. 가상 점원을 관리하는 리테일 매니저
하지만 동시에 윤리적 문제도 따라온다.
1. 가상 인간이 진짜 사람처럼 팬덤을 형성할 때, 정체성 혼동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 가상 인간의 발언 실수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실제로 해외에서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정치적 메시지를 흉내 내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결국
이 직업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자의 성격까지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의 새로운 직업군은 단순히 기술자가 아니다.
인간과 가상의 경계를 다루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디지털 휴먼 매니저는 바로 그 최전선에 서 있다.
현실보다 바쁘게 활동하는 가상 스타들.
이제 우리는 묻게 된다.
“그들을 다루는 매니저는 어떤 책임과 권한을 가져야 할까?”
언젠가 딸과의 대화에서
“아빠, 난 아이돌 말고 디지털 휴먼 매니저가 되고 싶어.”
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건 더 이상 상상 속 농담만은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