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봉과 샤인머스캣

by 박세환

아들 HJ의 학교 특별활동시간

친구들과 과일 꼬치를 만든다고 한다.

아들이 맡은 것은 포도와 파인애플


밤에 와이프가 과일을 씻어서 락앤락에 담아준다.

근대 아들이 툴툴 댄다.

"거봉은 껍질과 씨앗이 있어 꼬치에서 빼먹기 불편한데..."


와이프가 포도로 거봉을 사 온 것이다.

먹기 편한 샤인머스켓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순간 머릿속에 드는 생각.

'아들 기죽으면 안 되는데.'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

밤 10시에 당장 마트로 갔다.

집 앞 마트는 이미 불이 꺼져있는 상태.


결국 계획에 없던 동네 대형마트까지 갔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샤인머스캣 한송이는 생각보다 비쌌다.

하지만 겨우 이것 때문에 아들이 기죽을 수는 없었다.


한 손에 샤인머스켓을 들고 집에 오니 아들이 환호한다.

부엌에서는 와이프가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다.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지금은 샤인머스켓이지만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뭐가 될지 모르겠다.

과연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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