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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가 고장 난 시계

by 박세환

폭염을 피해 들어간 카페

거기에는 커다란 시계가 벽에 붙어있었다.

여러 개의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그런데 자세히 보니 톱니바퀴 몇 개가 안 움직인다.

고장 난 시계인가.

하지만 시간은 정확했다.

톱니바퀴 몇 개 안 돌아가도 잘 동작하는 시계.

요즘 우리 사회인 것 같다.




예전에는 톱니바퀴 시계를 보며 이런 말들을 했다.

우리는 회사 안의 한 부속품이야.

이거 망가지면 새 부품으로 교체하면 돼.


또는 이런 말도 있었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톱니바퀴로 되어있어.
그래서 여려 명이 힘을 합쳐야 커다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한 명이라도 멈추면 동작 안 하므로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야.


하지만 저 시계를 보며 생각해 본다.

톱니바퀴 몇 개 안 움직여도 잘 돌아가는 시계

어떻게 보면 옆의 톱니바퀴는 장식품일 수도 있다.

저 시계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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