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두더지 게임

인내와 여유

by 박세환
갈매기2.jpg

갯벌 한가운데 꼿꼿이 서있는 갈매기떼.

배 위에서 날아다니는 애들한테 과자만 던져줘 봤지 땅에 서있는 광경은 익숙지 않았다.

호기심에 바라보니 갯벌 구멍에서 뭐가 하나 튀어 오른다. 짱뚱어다.


다들 같은 마음으로 갈매기들은 숨을 죽이고 짱뚱어가 구멍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짱뚱어들에게는 죽음의 두더지 게임이다.

이 구멍 저 구멍 튀어나오다 갈매기에게 걸리면 먹히는 것이다.


짱뚱어도 빨랐지만 그 보다 한 부리 더 빠르게 움직이는 갈매기를 보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누가 이기나 한놈은 구멍 속에서, 또 다른 한놈은 구멍 밖에서

서로 버티며 기다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그들만의 생명을 건 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회사에도 약육강식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밟고 올라가려고 온갖 치열한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솔직히 성과는 상대평가라 연말에 누가 좋은 고과를 받으면 누군가는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버티기다.

낮은 고과를 받을 수도 있지만 강한 멘탈로 자존감을 가지고 회사생활을 버텨 나가야 한다.


선배들은 수없이 얘기한다.

'강한 자가 오래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오래 다니는 자가 강한 자라고'

누구나 들어본 얘기일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버티고 인내할 수 있는 사람.

가끔씩 똑똑하고 유능한 동료 중에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그만두는 사람을 몇 명 봤다.

그러나 어딜 가도 이런 상황이 닥치지 않을 거라는 장담은 금물이다.

차라리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여유가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갯벌 위의 모든 갈매기들이 짱뚱어를 잡고 그날 포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구멍 안에서 바닷물이 들어오기를 끝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짱뚱어는

스피드 몇 레벨 높은 갈매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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