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성장은 언제나 논란과 함께 온다.
그러나 논란이 길어질수록 잊혀지는 것이 있다. 행정의 진심, 공직자의 헌신, 그리고 공동체의 신뢰다.
순천의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을 둘러싼 갈등 또한 그랬다. 오랜 논쟁의 끝에서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지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승패의 구분이 아니라 방향의 회복일 것이다.
그동안 행정은 묵묵히 법과 절차를 지켜왔다. 그러나 일부의 의혹과 감정적 언어가 확산되면서 공공의 논의는 종종 정치의 무대로 옮겨졌다. 도시의 문제를 정쟁의 언어로 다루는 순간, 공동체는 균열을 맞는다. 순천의 행정이 끝내 원칙을 지켜냈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정적 승리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신뢰를 다시 세울 기회가 되어야 한다.
공직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시간의 무게도 잊어서는 안 된다. 거리방송과 온라인의 공격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낸 이들에게 이번 결과는 승리라기보다 ‘명예의 회복’이다.
노관규 시장이 “모욕과 선동을 견뎌낸 공직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힌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를 향한 위로이자 다짐이다. 정당한 행정을 수행한 이들을 향한 부당한 비난은 이제 멈춰야 한다.
정치권 역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행정의 문제를 정쟁의 무기로 삼는 순간, 시민의 삶은 뒷전으로 밀린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비난은 해답이 아니다. 갈등을 키우는 정치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정치가 필요한 때다.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은 단순한 소각장이 아니다. 자원을 에너지로 순환시키고, 생활과 문화를 함께 담는 미래형 인프라다. 2030년 직매립 금지에 대비한 필수 기반이자,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출발점이다.
법원 판결로 절차적 정당성이 확인된 지금, 남은 과제는 ‘회복’이다. 상처 난 시민사회를 다시 잇고, 왜곡된 정보의 흔적을 지우며, 행정의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
이제는 서로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책임의 시간이 필요하다.
행정을 믿고, 정치가 자제하며, 시민이 함께 만드는 순천! 그것이 우리가 판결 이후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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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호 기자
출처 : 전라도뉴스(http://www.jld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