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오직 그 사람의 몫일 뿐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24.

by 안현진

다른 사람이 네게 잘못을 했다고 치자. 그것은 너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오직 그 사람의 몫일 뿐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것이 있고, 그는 거기에 따라 그 일을 한 것이다. 나는 우주의 본성이 내게 주고자 한 것들을 갖고 있고, 나의 본성이 내게 하기를 원하는 것들을 행하고 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24



김종원 작가의 강연을 듣고 왔다.

강연 장소에 다다르자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남편은 내가 강연자도 아닌데 왜 떨리냐고 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인데다 글과 화면으로만 만나다가 직접 만난다 하니 긴장됐다.

아이와 관련한 강연은 코로나 이후 처음이었다.

독서와 대화, 언어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너무 잘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체 해오던 행동들이 핀셋으로 콕콕 집어 올려지는 것 같았다.

5년 전인 2019년 때와 비슷하다.

네 살, 다섯 살인 아들 둘과 24시간 함께 하며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린아이들에게 참 많이도 소리치고 짜증 내고 울었던 해였다.

그때 읽었던 책에서 큰 위로를 받았는데 그 책도 김종원 작가의 책이었다.

아이는 매일 부모를 용서한다고 한다.

아이가 셋이면 세 배로 더 용서받는 거라고,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우리와 같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겠냐는 말에 지난 내 행동들이 파노라마처럼 쭈욱 펼쳐졌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학교에 있을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작가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화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가 뭘까?

30년 동안 글을 쓰고 90권의 책을 쓰면서 내 마음과 가장 유사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오해도 없고 후회도 없고 화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화내는 것도 사랑을 표현할 줄 몰라서 그런 거라고, 아이가 느낄 수 있어야 내가 사랑을 준 거라고 한다.

화를 낸다는 건 언어 수준이 낮은 거라고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의 정원에서 자란다고 했다.

그 정원이 잡초만 무성한 곳이 아닌 향기가 퍼지는 꽃밭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노력이 부모가 아이를 위해 고생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도 좋은 말을 들려주고 함께 좋아지는 것이다.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언어의 중요성과 무게에 가슴이 묵직해졌다.

내가 쓰는 말과 글이 나의 품격을 정한다.

고운 언어 사용은 나와 아이를 사랑하는 가장 근사한 방법이다.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제1권~ 제4권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ahjahj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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