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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pr 23. 2024

글 쓰는 엄마의 시간 관리



© sincerelymedia, 출처 Unsplash



“아이 키우면서 언제 글 써요?”

개인 저서 세 권과 공저 한 권을 출간하는 동안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책 읽는 재미에 빠졌었다. 내가 책에서 위로와 공감을 받았던 것처럼 내 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쓰고 싶다는 꿈도 커져 갔다.      


처음에는 한 꼭지에 해당하는 글 한 편을 쓰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일기와 블로그 글이 아닌 형식과 분량이 있는 글이었다. A4 용지 2매에 해당하는 글을 주제에 맞게 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당시 세 살, 네 살 연년생 아들을 돌보며 글을 쓸 때라 내 시간을 가지기가 더욱 어려웠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반복된 하루 속에서 어떻게든 하루 한 편 글을 완성하려고 했다. 

틈만 나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거나 TV를 보거나 둘이 잘 놀 거나 낮잠 잘 때가 글을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못 쓰면 새벽까지 다 쓰고 잤다. 한 번, 두 번 어기다가 점점 안 하게 되는 나를 잘 알기에 나와의 약속을 지켜키고 애썼다. 


어떻게 책을 내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내가 한 거라고는 틈날 때마다 글을 쓴 것뿐이다. 그렇게 모인 원고를 퇴고하고, 투고하고, 또 퇴고하는 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다. 우선순위를 아이들 다음으로 글쓰기에 두었기에 집안일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금방 어질러질 테니 집안일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글 쓰는 데 썼다.    


두 아들이 처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해에 셋째가 태어났다. 나의 전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가 다시 생겼다. 곧 올 것만 같았던 혼자만의 통시간은 몇 년 뒤로 미뤄졌다.

“엄마는 오늘 뭐 했어?”

선우가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종종 물었다. 엄마는 오늘 뭐 했냐는 말이 이렇게 설레는 질문이었나. 아들의 한마디에 두근두근했다.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와서 한 일을 얘기했다. 고구마 삶고, 이유식 만들고, 글 쓰고, 은서와 놀고, 청소한 일과였다. 매번 비슷한데도 엄마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고마웠다. 

집에서 육아와 살림하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 시간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새벽과 밤이 아니면 통시간을 가지기 어렵다. 아이와 함께 있는 낮에는 틈새 시간을 활용한다.       




© wesmac5, 출처 Unsplash



두 아들은 학교에 가고, 네 살이 된 딸과 함께 지내는 지금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작년 12월부터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이르면 4시부터 늦으면 6시 이후까지 시간은 들쭉날쭉하다. 학교에 챙겨 보내야 하니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그전에 할 일을 모두 끝냈을 때와 어느 정도 끝내 놓았을 때, 시작도 못 했을 때의 하루가 달라진다.      


아침에 하는 일이라 하면, 우선 하루를 계획하는 다이어리를 쓴다. 그다음 B5 공책 한 바닥 가득 일기를 쓴다. 뒤죽박죽 섞여 있는 생각을 종이 위에 펼쳐 놓으면서 일정과 감정을 정리한다. 일기를 쓰다 보면 주눅이 들고 답답하던 마음도 어느새 자신감이 생기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일기 다음에는 그날 필사 문장을 적고, 내 생각을 쓴다. 문장의 내용이나 단어를 나의 일상 에피소드, 생각과 연결해 짧은 글 한 편을 쓴다. 컴퓨터로 먼저 쓴 뒤 거듭 읽고 고친다. 띄어쓰기, 맞춤법까지 거친 다음 손 글씨로 옮겨 적는다. 그리고 블로그, 브런치, 스레드, X,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원본, 요약본, 핵심 문장 한두 줄, 카드 뉴스처럼 만든 명언 사진을 다 다르게 업로드한다.       

   

7시부터는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운다. 학교에 보낸 뒤 재빨리 설거지부터 끝낸다. 청소기도 밀고, 빨래를 돌리거나 건조기에서 나온 빨랫감을 갠다. 아침 일과를 마무리하는 게 먼저다. 나만의 글쓰기 루틴이다. 

은서가 네 살이 되면서 책 읽기뿐만 아니라 색칠하기, 소꿉놀이, 인형 놀이 등 엄마와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게 많아졌다. 중간중간 아이 요구 사항과 얘기를 듣다 보면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은 뚝뚝 끊긴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책상 앞에 앉는다. 책상 앞에서 하는 일은 원고가 되거나 될지도 모를 글쓰기, 잔뜩 밀려 있는 책 읽기다. 

아이와 밖에 나갔다가 오면 시간이 또 금방 지나간다. 아직은 눈을 뗄 수 없는 나이라 놀이터에서 책 읽을 여유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책 한 권은 들고나간다. 가방에 책이 들어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바깥 놀이를 글감 수집 시간이라 생각하고 다이어리에도 그렇게 써 놓는다. 밖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이 글쓰기 소재가 된다.     




© szolkin, 출처 Unsplash



저녁 시간은 아침만큼이나 분주하다. 놀다 들어온 아이들이 씻고, 제 할 일 하는 동안 얼른 저녁 준비를 한다. 그 사이사이 나도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 짓고 나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언제 글을 쓰느냐, 어떻게 글을 쓰느냐고 물어보는 말에는 “틈틈이 쓴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한다.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다른 일보다 글쓰기를 우선순위에 두고 해 보라고 권한다. 각자의 속도에 맞게 매일 써 나가다 보면 글쓰기 실력도 점점 나아질 테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게 될 날도 올 것이다.      


아이를 돌보며 글을 쓰려면 틈새 시간을 잘 챙겨야 한다. 이 시간을 끌어모으면 하루가 빠듯해도 글 쓰고 책 읽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일기를 쓰고, 필사하고, 원고를 쓰는 일은 내게 중요한 일이다. 중요한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해나갈 때, 오늘과 같은 하루가 묵직하게 쌓여 갈 때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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