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행복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13.

by 안현진

유자가 말하였다. “약속한 것이 도의에 가깝다면 그 말을 실천할 수 있고, 공손함이 예에 가깝다면 치욕을 멀리할 수 있다. 의탁하여도 그 친한 관계를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13.



쌔앵 쌔앵. 스륵 스륵.

실내 자전거가 돌아가는 소리와 책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선우가 라면 먹은 그릇을 부엌에 갖다 놓더니 곧장 자전거 쪽으로 간다.

와이 책 한 권을 뽑아 일어선 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나는 남편이 ‘운동해야 한다, 제발 자전거라도 타라….’ 해도 그렇게 안 타지는데 선우는 슥슥슥 가서 탄다.

그것도 책을 읽으면서.

저 모습이 내 모습이어야 할 텐데….


아프기 시작한 건 저번 주 토요일부터였지만 학교도 빠질 만큼 이틀을 꼬박 앓아누웠다.

열이 떨어지지 않고, 뭘 먹지도 못하고, 물 마시고, 약 먹고 잠만 잤다.

그랬던 선우가 어제저녁 조금 먹었던 라면이 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내일 끓여줄게 하고는 오늘 라면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냄비에 500ml 물을 담고 불 올리는 것까지 혼자 했으니 이때 가르쳐 줘야겠다 싶었다.

“엄마가 라면 끓이는 방법 알려줄게.”

잠깐만 하더니 종합장과 연필을 후다닥 들고 온다.

1, 2, 3 번호를 적더니 열심히 메모한다.


오늘 아침, 전날 서울에 갔다가 느지막이 일어난 남편이 애들 학교 잘 갔냐고, 선우도 신나서 갔냐고 물었다.

“신나서 간 거는… 윤우고요… 선우는… 차분하게 갔어요.”

오늘 방과 후 수업이 두 개나 있는 날인데, 둘 다 하지 말고 바로 오라고 했다.

축구는 못 할 것 같고, 로봇 과학은 프로그래밍만 하고 오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창밖을 내다보니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우가 보인다.

축구도 하고 로봇 과학도 다 하고 돌아왔었다.


라면 먹은 후 자전거를 타고 오더니 일기장을 편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 이야기, 아빠 이야기 등 이것저것 말하며 둘만 거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방에서 나왔다.

선우 맞은편에 앉아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으며 선우를 예뻐죽겠다는 듯 바라본다.

“정선우! 어떻게 그렇게 어릴 때부터 예쁘고 귀여워?!”

“엄마, 아빠가 잘 낳아서?”

심쿵한 우리는 하트 눈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이제 자러 가겠다는 아들을 남편이 불러 세운다.

안아주고 가야지! 뽀뽀해 주고 가야지! 엄마도 해줘야지! 한다.

방으로 들어가는 선우를 보며 말했다.

“선우가 아프는 동안 좀 큰 거 같아요."

몸도 마음도 쑤욱 자란 거 같아서 짠하고 대견했다.


라면 끓이기 전, 일찍이 잠든 윤우를 보러 방에 들어갔을 때 선우 책상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레고로 어질러져 있었는데 언제 다 치웠는지 책상 위가 깨끗하다.

그리고 스탠드 뒤로 선우가 직접 그리고 쓴 생활계획표가 보였다.

모범생 선우를 비롯해 자유분방한 윤우, 오빠가 하는 거라면 뭐든 따라 하는 은서가 커 가는 모습이 아쉽고 아깝다.


선우를 보면서 운동 안 하고, 책상 위가 어지럽고, 아직 할 일을 다 못 끝낸 나를 반성하게 된다.

아이가 바르고 사랑스럽게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부모로서 가장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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