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0.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그 동기를 살펴보고, 그가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잘 관찰해 보아라.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0.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냈다.
기분 좋아서 웃고 떠드는 것은 잘못이 아닌데도 그 행동을 멈추게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은서가 아직 자고 있잖아, 쿵쿵 뛰지 마, 그렇게 소리치면 다른 집에 다 들려, 장난 그만 쳐, 왜 자꾸 은서랑 똑같이 행동해, 은서도 오빠 그만 건드려, 장난 그만 쳐, 시끄러워, 얘들아!!
선우, 윤우가 학교에서 돌아온 뒤부터 조용하던 집이 시끌벅적해졌다.
싸우고, 울고, 소리치고, 웃고… 정신이 없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 소음에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아이들이 뛰면 가슴이 철렁해지고, 큰소리로 떠들면 신경이 곤두선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다.
출출한지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
두 시간 전에 저녁을 먹은 아이들도 아빠와 마주 앉아 한 그릇씩 먹는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아빠 옆에서 종알종알 얘기하며 깔깔깔 웃는다.
옆에 앉아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이 힘들게 했냐는 말에 "응." 한마디 하고 일어섰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떠들다 아빠에게 한소리 듣고 만다.
오늘 하도 아이들한테 뭐라 해서, 괜히 나 때문에 애들이 혼난 거 같아서, 아이들에게 이렇게밖에 행동 못하는 내게 실망해서… 여러 이유로 기분이 착잡했다.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이 문장 앞에 나는 또 뜨끔하고 만다.
아이를 키우며 힘든 점은 끊임없이 나의 민낯과 마주하는 일이다.
거칠어진 손만큼 마음도 거칠거칠하다.
이런 날은 성벽이 약해진 틈을 타 적이 마구 공세를 퍼붓는다.
성벽을 부수려는 자도 나이고,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자도 나이다.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는 내게 달렸다.
공자님 말씀처럼 내가 하는 행동의 동기를 살펴보고,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그것만으로도 한결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