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5.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德)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5.
"외롭지 않아?"
외롭지 않다. 정말이다. 외로울 틈이 없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든 내 시간을 확보하려고 애써왔다.
그 시간이 있어야 다시 아이들을 돌볼 힘이 났다.
카페에 가거나 산책 가거나 사람을 만나는 외출이 아니다.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면 충분했다.
말하지 않고 읽고 쓰고 보면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면 되었다.
겉보기엔 아이 키우며 집에 있는 전업주부인데, 나는 바쁘게 하루가 지나간다.
친구들과 약속을 정할 때, 아이들을 봐줄 남편 근무 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친구들은 아이들과 함께 만나도 좋다고, 우리 집으로 와도 괜찮다고 말한다.
나는 그러기 싫었다.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다.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밥 먹고 카페 가서 그동안의 일, 고민을 얘기하는 거지만 그 순간만큼은 함께 하는 사람과의 시간에 집중하고 싶다.
아이들과 있을 때도 외롭다거나 무료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하다.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고, 늘 뭔가를 하며 바쁘고 즐겁게 지낸다.
몇 없는 친구 중에서도 연락하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그래서 곁에 사람이 많지 않다.
나는 덕(德)이 없는 사람일까.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에서 부모님·시부모님, 남편 지인에게 인사할 때면 감사하게도 첫인상을 좋게 봐주신다.
'인상이 참 좋다, 복이 많게 생겼다, 선해 보인다'라는 말을 여러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들어서 신기했었다.
나의 무엇이 내 인상을 만들까 궁금하기도 했다.
덕이 있다는 건 무엇일까.
만나는 사람이 적다고 덕이 없다 할 수도 없지만 인상이 좋다고 덕이 있다 말할 수도 없다.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않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집중해서 보내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관계가 흩어지지 않고 깊고 오래 유지된다.
첫인상을 좋게 보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마음가짐, 삶에 대한 태도가 얼굴과 분위기에 스며들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혼자 있어도 즐겁고,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면 내 곁에도 좋은 사람이 머물게 된다.
내 곁에는 몇 명의 좋은 친구, 소중한 가족이 있다.
누군가는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해 주기도 한다.
덕이 있는 사람은 몇 명의 이웃이 있느냐가 아니라 마음으로 연결된 이웃이 있는가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나도 충분히 덕이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