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내 갑작스레 출가(가출)를 하였으니, 그 시각이 해시(亥時, 22시)였도다.
당찬 마음으로 출가할 때만 하여도 내 안에 큰 뜻이 함께 하였느나,
밤거리에 홀로 던져지니 큰 뜻은 한 줌 흙으로 귀향하고 목적도 목표도 없어 제자리에 망부석 되었노라.
개탄스러운 마음에 올려다본 하늘에서 내 앞으로의 여정 길을 찾았으니.
내 앞길을 밝혀주는 달과 같은 존재. 그것은 ‘인천공항↑’라는 이정표였다.
목표가 생겼으니 어찌 가지 않으리오. 내 기꺼운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 첫발이 '왕인천공항전'의 시작이라.
내 앞으로 향할 여정과 함께, 두 가지 목표도 같이 세웠으니.
첫째, 이대로 걸어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향하고자 하는 것이오.
둘째, 가던 길이 끊겨, 그것이 불가할 시, 왔던 길을 돌아가고자 정하였도다.
그 비장한 마음 채 3시간을 가지 못했고, 나 한 가지 사실 깨달았으니. 사람의 마음이란 갈대이다.
끝없이 걸으며 혹사시킨 다리가 더는 못 참겠다며 반항하듯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니,
이대로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을 찰나 품었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떨쳐내었다.
내 겉은 이리 볼품없으나, 속 또한 볼품없다면 무엇이 남으리. 속만큼은 꽉 찬 알맹이로 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 내 자신을 나무라며 북돋았다.
실상은 돈도 핸드폰 배터리도 존재치 않았기에,
내게 주어진 선택지란 두 다리와 함께 걷는 것뿐이었다는 사실.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올시다.
다시 시간 흘렀도다. 이제는 내 걷는 것인지, 아니면 탭댄스를 추는 것인지,
그 경계가 사라질 즘, 목적지인 공항에 가까워졌는지, 머리 위로 갈매기들이 날아다니었다.
다시 한번 고속도로로 진입하니, 역시나 그 고속도로의 옆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더라.
어찌하여 길이란 건 끝이 없이 이어지는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오면서도 새로운 길은 그래도 풀숲길이 아니라 벽돌로 포장된 길이었으니.
내게 위안을 주었도다. 포장된 길은 산책로처럼 보였다.
다른 점이 있더라면, 고속도로 옆이어서 사람 올 일 없을지니, 길 위에 작은 발자국 하나 없었다.
그 말이 아무도 존재치 않았다는 얘기는 아닐지니. 그곳에도 살아가는 자들 있더라, 그 이름 두자 거미다.
거미들이 내 가는 길 환호해 주며 자신들의 집을 내게 던져주니,
내 몸이며 심지어는 입에 그들의 집 달라붙더라.
내 더는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어, 땅바닥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들었도다.
그 나뭇가지 칼로 한번 휘젓고 앞으로 가고, 한번 휘젓고 앞으로 가길 반복하였다.
그러자 더 이상 거미줄이 내 입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더라.
역시, 선조의 지혜란 놀라운 따름이로다, 내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가 길옆의 강물로 잠시 눈 돌리었다.
사람들의 흔적이 없지만 옆으로 푸르른 강물 보이고, 그 위로 해가 떠오르는구나.
떠오르는 해가 강물을 붉게 물들이니, 그 모습 장관이도다.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이라 하여,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아니더라.
여정 속에 쌓인 피로가 눈앞 장관에 절반 정도는 회복하였다.
그 기쁨도 잠시, ‘인천국제공항’에 거의 다 도달하여 내 길을 잃었느니라.
같은 길을 한 시간쯤 헤매다, 철마(자전거)를 탄 노인을 만나였다. 그 노인 내게는 귀인이도다.
내 바로 달려가 귀인에게 길을 물었다. 귀인은 내 모습 한 번 보더니, 딱하다는 눈으로 길을 알려주었다.
귀인께서 일러준 길로 가니, 내 가고자 했던 곳으로 단박에 갈 수 있게 되었도다.
어째서 나는 제자리를 돌았는가. 도움을 받으면 이리 쉬이 갈 수 있는 길이었는데.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 것, 그것은 잘못도 부끄러움을 느낄 것도 아닐지다.
힘들면 누군가에게 조언을 요청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 사실을 곱씹었다.
22시부터 9시. 내 멈추지 않고 걸었으니. 그날 50킬로미터 길 나아갔도다.
그 길 끝에 내 길의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공항 근처에 거주하는 이모 집 대문을 두드리니, 이내 한 사람 나오더라.
사람 나오자마자, 내 입에서 말도 절로 튀어나왔도다.
“이모. 집으로 돌아가게 철 마차(차량) 좀 태워주시오.”
내 초췌한 몰골을 보고 당황한 이모의 표정이란, 지금 떠올려도 웃음이 새어 나올 따름이로다.
그리하여, 이모의 철 마차(차량)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복귀하였으니, 내 그날 집에서 꿀잠 잤도다. ‘왕인천공항전’ 그렇게 막 내렸도다.
내 이 여정에서 느낀 바 참으로 많도다.
길이란 것은 정해 진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때론 역행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누군가가 가지 않은 길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길에도 아름다움은 분명 존재한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길을 잃었을 때, 길을 묻는 일은, 잘못도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누군가의 조언이 길을 찾는 이정표가 된다.
길을 떠났다면,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한다. 그것까지가 길을 떠나는 것의 완성이자, 여정의 완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은 끝나지 않는다. 그곳에 길이 없다고 우리가 바라보고 있지만, 그곳에는 실제로 길이 있었다.
세상이 그렇다.
이 세상이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세상은 그곳에 존재한다.
단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된다.
자네,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일단 출가하라. 그리고 걸어라.
그럼 길 보일 것이니. 그대만의 ‘왕인천공항전’을 이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