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by 아니아즈



세상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밀이란, 말하고 싶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이야기이자 비밀을 글에 하나둘 슬며시 넣어둔다.

나의 비밀을 말하는 이유는, 일종의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나는 '나를 드러내는 것'으로 나를 바라보며,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나를 드러내는 것과,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건, 이미 정해진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와 나 둘 모두를 속이는 행위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는 순간, ‘나’라는 존재는 그 틀 안에 갇힌다.

그 틀 안에 갇혀 ‘나’라는 존재가 그런 존재가 아님에도,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생각함으로 ‘나’는 틀에 맞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무수히 많은 ‘나’라는 가능성을 죽여버리는 것이다.


자신을 틀 안에 가둔 대가는, 결국 그 틀의 붕괴이다.

자신이 세운 틀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자신과의 괴리는, 결국 현실 혹은 자아의 붕괴로 이어진다.

자신을 규정하지 말 것. 내 속마음에 담겨 있는 비밀 중 하나다.

내 속마음이자 비밀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에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밀이란, 말하고 싶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비밀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는 그것이 자신의 비밀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비밀이 드러남에 따라 자신에게 올 피해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비밀은 나 자신을 부정하기에 발생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기에, 자신을 숨긴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워, 자신을 숨긴다.

이런 자신을 숨기고자 하는 마음은, 완벽하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완벽하게 보여,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이 자신에 대한 비밀을 만들어낸다.

내가 그런 순서를 밟았다. 나는 내게 가혹한 사람이었다. 나를 학대하는 수준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이런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행동해야만 하고,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나’를 틀 안에 가두었다.

사람들로부터 미움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지금 순간을 참으면, 그들이 내게 보내올 긍정적 마음을 기대하며 지금의 나를 무뎌지도록 만들었다.

나 자신을 숨기고, 비밀을 속마음에 자꾸만 키워냈다.

내가 규정한 틀은 내게 맞지 않았고, 나는 그 괴리감 사이에서 고통을 겪었다.

괴리감이 커질수록, 내 속마음에 가득 찬 비밀들은 내 가슴을 짓눌렀다.


그것은 내 글에도 드러났다. 사람들이 원하는 글. 사람들이 좋아할 글.

그런 글들을 써냈지만, 결국 연기는 진짜가 될 수 없다.

연기와 현실의 그 미세한 균열은 점점 커졌고, 그 끝에는 붕괴만이 기다렸다.

붕괴에서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복의 계기는 내가 썼던 글로부터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중학생 시절 수업 시간에 딴청 피우며 문장을 끄적인 공책을 펼쳐 보았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어서 슬픈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 아닐까.
생각은 행동을 지배하고, 행동은 감정을 지배한다.
이 가정이 옳다면, 행복해지고 싶다면 웃으면 된다.





공책에 개미 지나가듯이 일렁이는 글씨체로 적어놓은 문장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어이없는 가설이나 다름없었으니깐. 하지만 한편으론,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가 우울하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우울해지는 것이다.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못나지는 것이다.




과도한 생각은,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때론 보이는 대로,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저 즐기며.

규정된 ‘나’가 아닌, 그냥 ‘나’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저 즐기며.

슬픔은 흘려보내고, 유쾌함 속에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저 즐기며.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는 채울 순 있다.


내가 갖출 수 있는 한도 이상을 갖추려고 허덕일 이유는 없다.

내가 쏟을 수 있는 만큼의 도리만 하고, 그 도리 안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면 된다.


자신의 비밀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같이 사랑하면 된다.


비밀을 말한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며,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의미이다.

완벽해지려고 할 필요도, 비밀을 만들어 낼 필요도,

자신을 숨길 필요도,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시킬 필요도 없다.


단지, 모두가 비밀에 허덕이지 않고,

행복하게 웃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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