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고 맞이한 첫 봄이었다. 문득 집 안에 초록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집’ 앱을 켜고 필이 꽂히는 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엄지 손가락으로 가벼운 터치를 이어갔다. 식물을 사본 적은 없었지만 아주 확실한 기준이 있었다. 첫째, 잘 죽지 않는 종일 것. 둘째, 성장이 빠르지 않을 것. 선물 받은 꽃다발이 시들어가는 것도 아쉬웠는데, 관리가 까다로운 식물은 초보 식집사에게 줄초상을 가져올 게 뻔했다. 또, 눈에 잘 띄게 탁자 위에 올려놓으려면 몇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둘 만한 사이즈이기를 바랐다. 그렇게 누운향나무 분재와 아스파라거스 나누스를 들였다.
수많은 미니 화분을 구경하면서 첫눈에 끌렸던 두 녀석이라 역시 바라만 봐도 설렜다. 햇볕을 쬐는 초록잎은 반짝반짝 빛났고,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졌다. 새로 난 잎이 또 있을지 살펴보며 물을 주는 주말 오전 시간을 참 좋아한다.
식물 키우기에 먼저 빠졌던 친구가 몬스테라가 얼마나 자랐는지, 드디어 자기 몬스테라 잎에도 구멍이 생겼다고 자랑하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전혀 관심 없던 분야라 ‘몬스테라는 잎 끝이 갈라지고 구멍이 생기는 게 좋은 거구나’, ‘새로운 상식 하나 겟!’ 정도로만 리액션을 했다. 그런 내가 팔불출이 되다니!! 올봄에는 그 친구와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식물 박람회에 가서 둘 다 양손에 하나씩 새로운 친구를 데려왔다.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를 알려준 1호 아스파라거스 나누스는 음지식물인 줄 모르고 해가 잘 드는 곳에 옮기면서 잎이 타버려 결국 한 해를 넘기지 못했다. 그 계기로 좀 더 자세히 공부해 세 녀석과는 잘 지내고 있다.
더위가 한창 기승이던 8월 말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전 집에서는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이 시원하게 보여 좋았는데, 지금 사는 곳은 창이 작아 차창밖 풍경을 잃어버렸다. ‘초록이’ 부족에 지난달 초 또 두 개의 화분을 늘렸다. 어느새 5개의 식물과 함께하고 있는 1인 가구의 거실은 사시사철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