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책을 사서 받아 본 경험이 있는가? 소싯적 내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만들었던 책은 만화나 로맨스 소설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법수의학 원서가 그러했다. 우선 내가 사랑하는 수의학과 법학 관련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동물의 상처나 죽음의 흔적을 통해 과거를 유추하고, 그들을 위로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오늘은 당신과 함께 법수의학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법수의학의 필요성
법수의학은 주로 동물 학대 사건을 조사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동물 학대가 문제 되는 사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 투견 문제, 애니멀 호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애니멀 호딩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수의 동물을 수집하는 행위이다. 특히 동물의 최소 영양 섭취와 건강 관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동물이 죽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이 문제 된다. 이때 각 행위에 고의성이 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언급한 것들과 관련해 동물 학대 여부와 그 정도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 법수의학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법수의학자가 하는 일
법수의학자가 되려면 통상 수의사가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필드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법수의학자의 소견서는 의사의 소견서 같은 역할을 한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동물이 생존한다면 소견서 작성 시 외진(external examination), 행동 관찰을 통한 학대 유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외진과 관련해 방사선 검사는 숨은 단서를 찾는 데 유용하다. 동물이 사망한 경우에는 부검을 시행해야 한다. 이때 상처가 생긴 시점이 사망 전후 언제인지 등에 관해 조사할 수 있다.
법수의학의 구체적 예시
가령 타인의 흉기에 찔린 상처라도 어떤 도구인지에 따라 모양이 다를 수밖에 없다. 동물의 경우 칼에 찔려 상처가 난 경우가 많다. 날카로운 칼에 의한 경우는 상처의 모양이 일정하고 규칙적이다. 상대적으로 뭉툭한 칼에 찔린 경우는 상처가 들쭉날쭉하고 타박상의 형태로 나타난다. 한편, 칼에 찔렸으나 얕은 상처라면 몸과 평행으로 흉기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법수의학 지식을 통해 흉기의 종류, 세부적인 모양, 찔린 정도 등 매우 자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다.
법수의학의 발전을 바란다
동물 CSI를 실현할 수 있는 법수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 법수의학자뿐 아니라 해당 분야 지식을 갖춘 일반인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동물 학대에 관해 목소리를 낼 때 보다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법조인으로서 법수의학 지식을 갖추며 당신을 기다리겠다. 머지않아 실무에서 협업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참고 문헌
Melinda D. Merck, Diane E. Balkin, Laura A. Janssen et al., Veterinary forensics, 2nd ed., Wiley-Blackwell (2012), p. 1, 2, 41, 43, 55, 124.
T. Ohshima, "Diagnostic value of “superficial” stab wounds in forensic practice", Journal of Clinical Forensic Medicine vol 12, No. 1 (2005), pp.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