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금란이 되어버렸다.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계란값이 폭등한 것이다. 이는 조류 살처분으로 계란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초래한 결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 3. 1. 24:00 기준 AI로 살처분된 조류의 수는 2,900만 마리를 초과한다. 그런데 살처분의 영향은 계란 가격 변동에 그치지 않는다.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동물 권리나 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살처분과 보상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실로 막대하다. 또한 동물을 죽이고 매장하는 끔찍한 광경으로 수의사 공무원 등의 정신적 고통이 만만치 않다.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정녕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살처분은 동물을 죽여 소각과 매립 등의 절차를 거쳐 처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일반적인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을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전염병 등이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살처분을 말한다(가축전염병예방법 제20조 제1항 본문, 같은 법 제28조 등). 후자는 동물이 질병에 걸렸는지에 관계없이 잠재적 위험에 대한 대처로 살처분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같은 법 제20조 제1항 단서).
조류 인플루엔자에 집중하여 살펴보자. 농림축산식품부의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원칙적으로 전염병 발생 농가 반경 3km이다. 최근 정부는 일시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따른 살처분 기준을 AI 발생 농가 반경 3km에서 1km로 완화하였다. 또한 살처분 대상을 모든 조류에서 질병 발생 조류와 같은 종으로 한정했다. 방대한 살처분에 따른 농장의 경제적 손해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예방적 살처분의 경우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동물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동물의 권리와 복지가 더욱 문제 된다. 적지 않은 살처분 관련 비용도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0년부터 10년간 전염병에 따른 동물 살처분으로 4조에 달하는 세금이 투입되었다. 또 다른 심각한 이슈 중 하나가 살처분을 집행하는 자들의 정신적 고통이다. 가령 축협 직원이 살처분 후에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13. 11. 7. 선고 2013구합52520 판결). 살처분 등 업무와 자살 간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환경오염 문제도 있다. 살처분 후 동물의 사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침출수가 유출되거나 토지와 지하수가 오염된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 중국, 베트남같이 외국에서 살처분 대신 백신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 방법은 동물을 죽이지 않으므로 동물의 권리나 복지, 살처분에 따른 인간의 정신적 고통, 환경오염과 관련된 문제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비용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AI 백신 투여 비용은 1마리당 200원으로, 살처분 비용 1마리당 10,000~15,000원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우선 바이러스 변이가 자주 일어나 적합한 백신 개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있다. AI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우려가 있다.
예방을 치료만큼 중요시하는 시대다. 사후 처리인 살처분이 야기하는 각종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선 현재 시행 중인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와 대상 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또한 백신 투여 혹은 제3의 선택지에 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같은 사태가 반복되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참고문헌
함태성, “우리나라 『가축전염병 예방법』 상 가축 살처분 제도의 문제점과 입법적 개선방안”, 법학연구 제22권 제1호(2019. 3), 537-538면.
함태성,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동물법적 고찰”, 공법연구 제46권 제4호(2018. 6), 500, 502면.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AI SOP) 개정본('18.12.31), 135면.
https://www.mafra.go.kr/FMD-AI2/2182/subview.do
(2021. 3. 3. 방문)
농림축산식품부, 고병원성 AI 방역 추진상황 일보
https://www.mafra.go.kr/FMD-AI2/2177/subview.do
(2021. 3. 3. 방문)
매일경제, 3km 묻지마 살처분 결국 축소…1km+동일종으로 완화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02/148150/
(2021. 3. 1. 방문)
연합뉴스, 고병원성 AI 예방적 살처분 축소 조치 2주 연장
https://www.yna.co.kr/view/AKR20210226104300530?input=1195m
(2021. 3. 2. 방문)
중앙SUNDAY, “백신 맞히면 살릴 수 있는데, 왜 살처분만 고집하나”
https://news.joins.com/article/23971647
(2021. 3. 3. 방문)
한겨레, 10년간 4조 들여 7천만 ‘살처분’, 이대로 좋은가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farm_animal/924641.html
(2021. 3. 3.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