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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an 15. 2021

'계획생육' 정책의 폐해로 인한 개인의 비극적 삶

모옌의 <개구리> 


『개구리』는 중국에서 실시된 '계획 생육'정책의 폐해와 이로 인한 개인의 비극적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에 대해서야 많이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책의 이면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 책을 읽으며 그 구체적인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소설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부터 4부는 커더우가 스기타키 요시토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고모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5부는 연극 극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5부의 극본 내용은 전체 내용을 압축해서 결과물로 느껴져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편지글과 연극 대본이라는 형식적 특징이 독특합니다.


‘계획생육’은 중국이 인구 억제를 위해 실시하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입니다. 본격적으로 실행된 1971년부터 지금까지도 수많은 중국인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준 정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을 시행하게 된 계기는 이러합니다. 1969년에 인구가 8억을 넘어서자 중국 정부는 지방 관리들에게 무조건 ‘생육지표’를 끌어내리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러자 이에 따른 강제집행의 부작용이 속출하기 시작합니다. 커더우의 고모는 이 계획생육의 역사 한 가운데에 존재했던 사람입니다. 고모는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50년 넘게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계획생육 정책에 따라 수많은 임신중절 수술을 실행해왔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커더우는 첫번째 부인 왕런메이가 고모의 집도 하에 낙태수술을 받다가 죽게 됩니다. 그 후 고모의 제자인 샤오스쯔와 재혼을 합니다. 그는 고모 때문에 아내를 잃었지만 고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부인이 아들을 낳을 생각에 루프를 빼는 시술을 받고 몰래 임신을 한 아내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커더우는 재혼 후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자 대리모 사업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대리모를 소개받습니다. 대리모는 알고보니 소학교 동창인 천비의 딸 천메이였습니다. 천메이는 일하던 완구공장에 불이 나 언니는 죽고 자신은 온몸에 화상을 입어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병원비를 벌려고 대리모로 나선던 것입니다.


천메이는 출산 후 아이를 데려가 버리자 아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커더우는 미친 여자에게 아이를 줄 수 없다며 거절하는데요. 분쟁이 생기자 고모에게 샤오스쯔에게서 아이를 받았다고 거짓증언을 하게 시킵니다. 이후 고모는 자신이 낙태 수술한 아이들, 수술 도중에 사망한 여인들, 그리고 천메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시달리게 됩니다. 스스로 목을 매달지만 커더우에 의해 구조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비극이 고모 한 사람의 문제일까요? 특정한 개인만이 가해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소설의 제목이 "개구리"인데 왜 이런 제목이 붙은 걸까요? 소설에는 개구리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개구리는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고, 갓난아기를 뜻하는 와(娃)와 동음어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눌러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서 개구리로 대표되는 생명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커더우는 스기타키 요시토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이 글은 속죄의 글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은 '미래'를 위해 왕런메이와 아이를 지옥으로 보냈고, 천메이가 낳은 아이가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난 아이의 환생이라고 상상하지만 그건 자기 위안에 불과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손에 묻힌 피를 영원히 씻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으로 대속의 의미로 글을 써내려갑니다. 이 소설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개인에게 발생한 비극과 불행이 국가와 사회의 폭력적 압박의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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