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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Aug 30. 2021

뭐든 적당히, 공들이지 않으며




얼마전 독서모임을 같이 하는 분과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모임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다 유지를 하느냐는 질문을 하시더군요. 제가 하는 일은 대부분 하나의 카테고리안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모두 책읽기와 글쓰기와 관련된 일이라는 점에서) 조금씩은 또 다른 활동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독서모임을 진행하거나 독서코칭을 하고, 글쓰기 모임을 하기도 합니다. 또 지역 동아리 플랫폼의 운영위원장을 2년째 맡고 있고, 책으로 묶어내기 위해 원고를 몇 개 작업하고 있으며, 독서에 대한 유튜브 방송을 찍기도 합니다. 틈틈이 공모전에 낼 글을 쓰고 있고, 매일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 독서모임도 여러 형태가 있어서 줌 등을 이용한 비대면방식도 있고, 각자 읽고 후기를 공유하는 미션형 모임도 있으며, 대면모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시기에는 이 중 한 가지에 주력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책을 내기 위한 후반부 작업인 퇴고를 해야 될 때에는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어서 이 시기에 기존에 해오던 온오프 독서모임을 다 유지한다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 안에서 이 모든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모든 모임이 유지되는 건, 역설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어느 하나에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느 하나에 공을 들이게 되면 그것 때문에 균형이 깨지고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집중하지 않고, 그냥 굴러갈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만 투자하는 것, 이게 저만의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또 너무 대강해서는 안되지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모임의 동력은 사그러들테니까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예전에 무레 요코의 에세이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를 읽다가 '뭐든 적당히' 라는 부분에서 무척 공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자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저 역시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든 적당히, 애쓰지 않고 너무 공들여 하지 않기" 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정말 모임이 유지 되냐고요? 궁금하실 겁니다. 계속 지치지 않고 하다보면 그래도 유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keep going"의 자세로 계속 하다보니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더군요. 일상의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또한 마음 졸이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냥 좋았던 책에 대해 이렇게 매일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즐거우니 말입니다.  


아무튼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이건 내 생각인데, '이렇게'되고 싶다고 강하게 희망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더 절망하지 않을까 싶다. 젊었을 때라면 모를까 나이가 들어가면 모든 것을 '적당히' 하는 게 좋다. 개중에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여 성공하는 이도 있을테지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나는 원고 쓰는 일과 고양이 돌보는 일은 빈틈없이 하겠지만, 그 이외의 것에는 느긋하게 살고 싶다. 앞으로도 매일을 느긋하게, 편안히 나이들고 싶다. p. 283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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