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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돌이 Jul 15. 2019

일상에서의 저릿함

지나치지 못하는 순간을 마주 한 날

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여름의 초입, 북적거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띈다기보다,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한번 보면 이질감에 다시 돌아볼 듯 한, 성인 남성의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키를 가진 한 사람.


유난히 키가 작은 앳된 성인 남자였다. 외모만 본다면 충분히 성인 남자라고 추측할 수 있건만 다만, 키가 많이 작았다. 크레틴병 같은 질병이 아니라 그냥 작은 키를 가진 사람이었다. 곱다고 할까, 흔히 말하는 귀티가 나는 외모를 가진 그의 키는 내 시선하고 한 뼘쯤 더 아래 있었다.

150cm 정도가 될까? 넘을까.


5일장에서 혼자 물건을 사며 꼼꼼히 장을 보는 걸 보니 혼자 사는 사람인가 싶었다. 무튼 이질적인 작은 키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성인 남성의 그것이었다. 백팩에 잘 다린듯한 면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그는 나와 같은 집에서 복숭아를 샀다. 그가 계산하고 잔돈을 추리는 동안 나는 뒤에서 복숭아를 고르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띈 그의 뒷모습.


그는 잔돈을 추리고 가방에 물건을 넣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동시에 양발을 몹시 높게, 고통스러우리만큼 심하게 세운 까치발을 하고 있었다. 그게 그의 기본적인 직립 자세인 듯, 늘 상 그래 온 듯 떠나는 걸음걸이는 자연스러웠다. 그의 발치를 보지 않는다면 그가 까치발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터였다. 일상적인 보행을 그렇게 애쓰는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고,  쓸쓸한 감정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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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저릿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오래 전의 오일장 이건만, 아직 그의 모습이, 걸음걸이가, 그리고 그 까치발이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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