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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따 May 30. 2020

당연한 것은 없다.


<2020년 2월 2일 코로나19 심각 단계 이전의 일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요즘의 나는 하루빨리 어딘가에 정착을 하고 안정을 찾고 싶다.

원래도 가지고 있던 욕구였지만 이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

한국에서 자라면서도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환경이 자주 바뀌었는데,

텍사스, 조지아, 미시간 주까지 미국에 와서도 무려 다섯 번이나 이사를 했다.

살면서 충분히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하는 이사를 올해에도 또 경험할 예정이다.


어디로 가야 할까?


일단은 2017년 아틀란타에서부터 함께 해 온 룸메이트와 따로 살게 되지 않을까 싶고,

사는 도시는 바뀔 수 있지만 주 이동은 안 할 것 같다.

미시간이 생각보다 좋다.

(사계절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하늘과 호수 등 멋진 자연 풍경, 비교적 많은 아시안, 좋은 인상을 주는 미시간 사람들, 미국에서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인 앤아버 근접, 달라스나 아틀란타에 비해 안전하다고 느끼고 수월한 운전, 디트로이트-인천 직항,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는 미시간의 도시들/시카고/토론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집값 등)


하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자유로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그러니 이참에 베이스도 바꾸고 타주로 옮겨 볼까?

타주라면 달라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지금 시니어리티로 거기서 하는 비행기 출퇴근은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곧 한국 직항이 생길 가능성이 큰 솔트레이크시티? 포틀랜드?


이사에 대한 고민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앞으로의 새로운 변화가 기대되기도 한다.

아직 정해진 것도 없는데 혼자 이리저리 상상해 보고 찾아본다.

검색하다 보니 아예 집을 사고 싶다.

이사도 지겹고 월세가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족이나 친구가 놀러 올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자면 나는 준비가 안되어 있다.

미국은 돈 모으기 참 힘든 곳이다.

작년에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새 자동차를 사는 바람에

집 다운페이먼트(여기에 세금, 보험, 관리비, 수리비 등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네.)를 더 저축해야 하고,

아직 정착할 베이스이며 도시이며 더 지켜봐야 정할 수 있다.

아마 향후 3년은 지금처럼 살아야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여유를 갖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이런 안전과 안정감의 욕구로 작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다른 직장에서 생각도 못하는 좋은 점이 많지만

아무래도 이 일의 특성으로 내가 평범하게 누리던 것들이 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강과 관계를 계속 유지할 자신이 없다.

이전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지던 것들이 알고 보니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인생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가족도 친구도 일도 쉬운 것 하나 없는 내 삶에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과분하게 무언가를 바라고 욕심부릴 생각도 없지만,

내 바람은 적어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 소원을 들어준다면,

소중한 것들을 잃고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당분간은 보지 않게 해 달라고 빌 것이다.

언젠가 다시 겪게 될 그 고통의 시기를 조금만 미룰 수 있다면,

지금은 나의 상처를 더 보듬고 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잘 돌봐야겠다.


당연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외롭지만 지금 여기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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