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해도 뜨기 전 깜깜한 가운데서 힘차게 짐을 싣고 운전대를 잡아 본다.
하루를 여는 즐거운 음악과 함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직은 비몽사몽 한 정신을 차려 본다.
공항 직원 주차장에 가까워질 무렵 해가 얼굴을 드러낸다.
발갛게 홍조를 띠는 모습에 내 마음도 설렌다.
출퇴근하며 운전을 하다가,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오가다가, 낯선 호텔에서 누워 있다가…….
혼자 있는 시간들 속에서 생각에 잠긴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지?’
순간순간 일상적인 것들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이런 삶을 꿈꿔 왔던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건이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 것뿐이다.
2015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나는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달라스로 향했다.
한국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난 그때.
아무 계획도 없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어떤 기약도 없이 홀로 커다란 이민 가방을 끌고 엄마 집을 나섰다.
미국에서 알게 된 직장 동료들, 한국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은 나를 보며 어떻게 그런 용기가 있었냐며 묻곤 한다.
“잃을 것이 없어서 무서울 것이 없었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