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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따 May 29. 2020

프롤로그: 삶의 한가운데

승무원으로서의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보여 주는 것만 같다.



새벽 5시.

해도 뜨기 전 깜깜한 가운데서 힘차게 짐을 싣고 운전대를 잡아 본다.

하루를 여는 즐거운 음악과 함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직은 비몽사몽 한 정신을 차려 본다.

공항 직원 주차장에 가까워질 무렵 해가 얼굴을 드러낸다.

발갛게 홍조를 띠는 모습에 내 마음도 설렌다.


출퇴근하며 운전을 하다가,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오가다가, 낯선 호텔에서 누워 있다가…….

혼자 있는 시간들 속에서 생각에 잠긴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지?’

순간순간 일상적인 것들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이런 삶을 꿈꿔 왔던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건이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 것뿐이다.


2015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나는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달라스로 향했다.

한국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난 그때.

아무 계획도 없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어떤 기약도 없이 홀로 커다란 이민 가방을 끌고 엄마 집을 나섰다.


미국에서 알게 된 직장 동료들, 한국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은 나를 보며 어떻게 그런 용기가 있었냐며 묻곤 한다.

“잃을 것이 없어서 무서울 것이 없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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