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북 '부먹'계의 최고봉
감히 말할 수 있다. "인생 탕수육은?"이라고 물었을 때, 1초의 틈도 없이 즉각 대답할 자신이 있다고.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까지 탕수육 한 번 제대로 먹겠다고 굳이 달려가서도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던 곳. 이렇게 예찬하는 건 아마도 "부먹(부어 먹는)파냐, 찍먹(찍어 먹는)파냐" 물었을 때, 단호하게 '부먹파'라 답하는 나의 취향이 저격당했기 때문이기도 할테다.
본디 탕수육이란, 탕추러우(糖醋肉)라는 중국 요리를 한국식으로 전하며 만들어진 식명이다. '탕수'라는 말은 '탕추'라는 중국식 발음이 순화되었다고. '탕'은 '설탕'이라는 말인데 '달콤하다'는 뜻으로 변화했고, '추'는 '식초'라는 말에서 '새콤하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탕수'란 '달콤새콤'이란 뜻이다. 그러니 탕수육이란 말은 '달콤새콤 돼지고기'가 되겠다.
*출처 | [프레시안]탕수육은 왜 탕수육일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7644
'달콤새콤 돼지고기' 의미대로라면 무릇 '탕수육'이라 함은 달콤새콤한 소스와 돼지고기가 완전히 하나되어야 하는 것. 찍어 먹는 것은 고사하고 '부어 먹는 것'에 그치기보다 소스를 부어 가열까지 해야 비로소 하나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미향>의 탕수육이 그렇다. 소스를 부어 살짝 볶아낸 듯 하다. 한 접시 그득 뜨거운 김을 폴폴 풍기며 담겨 나오는 자태가 그러하다. 이걸 한 점씩 호호 불어 입에 넣을 때, 고기 튀김의 튀김옷이 소스에 불어 눅눅하지 않고 마치 강정처럼 적당히 쫀득거린다.
블로거들 사이에서 <미미향>의 탕수육은 '한강 이북 최고의 탕수육'이라고도 불리우고, (한강 이남의 탕수육 탐구는 천천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전에 짧게 남겨놓은 나의 메모장에는 '부먹의 교과서'라고 쓰여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내가 감탄해서 썼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꺼내보아도 수긍되는 표현이다.
탕수육이 하도 맛있어서, 다른 요리도 맛보겠다고 시켜보았던 양장피. 이미 <미미향>의 대표주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양장피(兩張皮) 역시, 탕수육과 마찬가지로 한국식으로 재해석된 중국 요리로 보아야 한다. 문자 그대로 보면 '두 장의 껍질'을 가리키는 이 요리는 전분으로 만든 피(皮)를 주재료로 한다. 그렇지만 막상 접시를 대하면 꼬들한 해파리와 톡 쏘는 겨자소스가 주인공으로 느껴진다. 고급진 해파리 냉채라고 일컫고 싶어라.
*출처 | [i-view] 백년 넘는 한· 중 퓨전요리 '양장피'/이방인의 삶의 애환 담긴, 한국속 중국요리
http://enews.incheon.go.kr/publish/php/articleview.php?idx=11462&diaryDate=2016-06-28
식사류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불맛이 은은하게 풍기는 짜장면과 짬뽕도 그렇지만, 알알이 기름으로 코팅되어 나오는 볶음밥이 예사롭지 않다. 볶음밥을 시키면 짜장 소스는 물론, 짬뽕 국물까지 딸려 나오니 금상첨화!
'이동 갈비'로 유명한 포천시 '이동면'에 위치해 있어요. 가시는 길에 갈비에 마음 흔들리지 말고 <미미향>에 잘 다다르시길. 인근한 '일동면'이 유황온천으로 유명하고, 포천의 폐채석장을 테마파크화한 '아트밸리'나 '허브 아일랜드'도 가볼만 하실거에요. 물론, 탕수육만 먹으러가도 후회 안하십니다. 저희 부부는 포천에서 탕수육 먹고, 서울 돌아오는 길에 의정부 들러 부대찌개 또 먹는 코스가 참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