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하 Mar 20. 2024

삶의 채도 높이기

커피를 끊은 이유



정확히는 멀어졌다. 매일 한 잔씩 마시던 커피를 이제는 한 달에 한두 번 마신다. 그리고 되도록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서 숙면에 덜 방해가 되도록 한다.


커피를 끊은 이유는 간단하다. 건강 때문이다. 커피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나는 나의 경험을 믿기로 했다. 나에게 커피는 가벼운 위장장애, 숙면 방해 등 작지만 확실한 나쁜 점과 그다지 크지 않은 좋은 점을 가진 마실 거리였다. 그런데 매일 내 옆에 있는 음식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보통 거의 매일같이 마신다. 그러니 끊어야 하는 무언가가 되는가 보다. 지금의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말하자면,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나를 만들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매일 하는 어떤 것은 미래의 내 모습에 아주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래의 건강을 위해 커피와 멀어졌다. 


그런데 만약 건강을 그다지 챙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정확히 하자면, 내가 커피를 끊은 이유는 나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커피가 나에게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꿈이 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꿈 혹은 최종의 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꿈은 대학생 시절 일찍이 정해져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이 꿈은 바로 '무병장수'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 이것이 나의 꿈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먼 미래에 죽음을 앞둔 순간에, 다른 건 다 후회하더라도 내가 오래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아무리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해봐도, 어떤 삶을 살든 간에 그 삶을 경험해 본 것만으로도 좋은 의의를 갖는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건강하다면 그 긴 세월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더 많이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 이후로 나의 꿈은 '무병장수'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면 신기하게도 비슷한 반응이다. 의아해하며 '오래 살아서 뭐 하냐'라는 반응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더 나빠질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환경오염, 경쟁 심화, 등. 그런 그들을 보며 나도 의아하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많이 하지 않는가.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왜 앞으로의 세상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걸까? 물론 좋아지는 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왜 부정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걸까?


워낙 긍정적인 편이라 미래의 세상이 암울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나는 계속 희망을 좇을 것이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장수를 꿈꿀 것이다. 그런데 이점은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5백 년을 살거나 하지도 않는다. 병들지 않은 인간의 수명은 120살이라고 한다. 지금 30대이니 앞으로 100년도 남지 않았다. 아무리 세상이 빨리 변한다지만 세상이 그렇게까지 나빠지기에는 100년은 너무 짧지 않을까?





'가치관'이란 삶을 살아가며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는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뜻한다. 가치관에 따라 삶의 모양도 다양해질 것이다. 나는 그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한다.


나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1번에 두고 있다. 몸의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모두들 알고 있는 그것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완전히 '클린'한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마음이 지친다. 밀가루를 끊고 히스테리를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지 않는가. 그래서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히 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커피도 그 시행착오 중 하나이다. '자아실현'은 마음의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자아실현을 하고자 나아가다 보면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어쩔 수 없이 무리해서 일을 해야 하는 그런 시기. 이럴 때, 커피를 찾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렇게 커피와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 습관처럼 매일 보는 사이로 발전했던 것이다. 마음의 건강을 위한 활동을 하다 보니 몸의 건강에 좋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기까지 십여 년이 걸렸다.


연구원처럼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의 균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지만, 이 주제는 나의 삶에 전반적으로 연하게 칠해져 있는 하나의 색깔이다. 앞으로 어떤 선택의 문제가 생기면 나만의 색깔, 가치관에 맞게 건강한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와 같이, 모든 사람에게 커피가 '시행착오'는 아닐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커피가 필수라고 굳게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커피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여럿 있고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즐거운 마음으로 커피를 마신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에게 있어 '커피'와 같은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어떤 음식만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될 수 있으며, 매일 하는 어떤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어느샌가 익숙해져 매일 같이 반복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그래서 멀어져야만 하는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


커피를 '끊었다'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그저 멀어진 것처럼, 다신 안 볼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멀어지기 쉽다. 그것을 미워할 필요도 없다. 멀어졌다고 해서 그것과의 추억이 아름답지 않은 기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마음의 불편함을 조금은 내려놓고 지금 내 주변을 들여다보자. 


내가 매일 하는, 나와 매일 만나는, 항상 내 곁에 있는 그것들이 지금까지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나의 색과 맞지 않아 내 삶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면, 조금씩 멀어지는 방법으로 삶의 채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첫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