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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ul 22. 2022

퇴사한 지 10개월째

"길들여진다는 게 뭐야?"

퇴사한 지 10개월째


아침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멍 때리고 있다.

목적지 없이 걸었다.

딱히 해야 할 일도 없었다.

햇살은 내 피부에 닿았다.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꼈다.

읽고 싶던 책도 실컷 읽었다.

유튜브를 보며 오물조물 요리도 했다.

사람 없는 평일에 쇼핑도 하고 영화도 봤다.


그러다 여러 가지 감정이 쌓이면 음악으로 만들었고

감정을 확인하고 싶으면 글을 썼다.


그렇게 불안감을 안은 채 나는 하루를 느꼈다.


하루, 

한 달,

10개월 후,

이 생활이 꽤 익숙해졌다.




며칠 전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베르사유에서 펼쳐진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그곳에서 어린 왕자와 사막 여우를 만났다.

우린 함께 불꽃을 보았다.



"익숙하다는 건 길들여지는 거야."


"길들여진다는 게 뭐야?"


"사람들은 너무나 그걸 쉽게 잊지. 그건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야.

 마치 따뜻한 태양이 나의 가슴속에 가득 차 있는 느낌과 같은 거야."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전시회 중 일부 그림( À la rencontre du petit prince)



나는 주변에 새로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살짝 조오금씩 변했다.


잃어버린 것, 소홀했던 것을 다시 길들이고 길들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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