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그물
하얀 툰베르기아 넝쿨져 오른 골목을 지나
해변으로 이어진 경계를 넘어
햇살이 쏟아지는 모래밭으로 들어선다
종려나무 아래에서 그물 짜는 여인을 만나고
한낮의 그늘로 엮어지는 움푹 파인 눈빛을 마주하고
그녀가 짜고 있는 하늘빛 그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그렇게 민낯의 여행지를 뜨겁게 걷다가 들어선 곳,
예수님이 계신 결혼식장 이었다
혼인 미사가 진행 중인 그곳에는 내 자리가 있었고
기진한 여행자의 마음을 말랑하게 하는 이국의 언어가 있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그들의 하객이 되고 싶었던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의 환대와 나눔 뒤엔 나만의 것으로 숨겨진 어제가 있고
주름 배인 내 기도의 시간은 오늘의 신랑 신부를 보며
몇 시간 뒤에 있을 아들의 결혼을 축복하는 간절함의 시간이었지
내려놓으면 가벼워질까
구원이라 이름 진 그녀의 그물을 향해 다시 해변으로 향했던
참,
따뜻하다 못해 익어버린
그 여름날의 삶은 꾸따 해변에서
몇 날 며칠을 노올만 보며 울었지만 평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