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길을 가네
등껍질 속에 달빛을 품고 새벽이슬을 안은 채
길을 떠난다
젖은 돌담 위에서 달을 짓고
촉수로 바람을 만질 때면
우주가 머리끝에 머문다
몸으로 세상을 읽어가며 홀로 가는 길
반복되는 멈춤과 나아감
존재의 의미를 더듬어가는 침묵의 길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묻지 마시길
그저 바라만 보시길
힘을 내어 순례를 마칠 때까지, 부디
짊어진 집 속에 계절이 쌓이고
작은 우주를 느리게 가두며
세상을 읽는다
사색의 길 위로 놓인 흔적들은 떨림이 없다
은빛으로 쓴 편지가 아침이면 사라진다 해도
존재함으로 길이 되는 날들
느릿느릿
그렇게 시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