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정전, 이만 이천 이백일 일이 봄날의 꽃바람을 타고 있었다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끝도 없는 전쟁은 이제 그만, 사라지라고
희고 노란 꽃폭탄들 마구 터지고 있었다.
두 개의 한국이 마주보고 서 있는 곳
이곳 대성동 마을의 농부는 봄을 일구며 평화로워 보이고
건너편 마을엔 드높은 깃대에 허울만 펄럭이더라
눈 부릎뜬 침묵만은 여전히 팽팽한채
날개가 있눈 것들은 그곳의 정적을 물어 나른다
퇴적된 60년의 푸르름을 휘, 휘 저으며
격변의 공기를 마시면서 이어왔을 생명들
잘못된 기록을 지워내듯 푸르게 덮어가는곳
다행이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그곳에
우리를 대신해 평화를 건설하고 있는
푸른 생명의 자리가 있어
멈춰선 기관차에도 여전히 꽃향기 스며든다
한줄기 바람으로 섞이고 싶은
봄날의 그곳, DM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