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다리는 춘희 씨에게
울지 마세요, 춘희 씨
먼저 가서 미안해요
그리움이 짙어도 당신은 살아있잖아요
살아간다는 것은 부재를 껴안는 일이지요
빈 의자를 바라보며 한숨짓지 말고
오동잎 지는 소리에 귀 기울여 봐요
창가에 고이는 달빛을 손끝으로 받아봐요
그렇게 나를 안아주세요
당신이 볶는 커피 향에 취해 하늘의 별들은
당신을 위로하고 있지 않나요?
가끔은 시간조차 뒤돌아보며 눈물 흘리기도 하는데
향기로운 열매가 익어가는 것도 기다림 때문이고
당신이 이곳 여행을 꿈꾸는 것도 그리움 때문이지요
추억은 외로워서 이렇게 당신을 찾아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떠났지만
어느 날 문득, 당신은 깨닫게 되겠지요
이 모든 순간이 당신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임을
우리 함께 했던 날들만 조금
추억하기로 해요
어느 여행지에서 머리가 백발인 70세의 춘희 씨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뜨신 남편을 그리워하며 슬퍼했고
그래서 생긴 우울함을 떨치려 여행 중이라 했습니다.
그녀의 꿈속에 그분이 나타나서 이런 이야기라도 해 주기를
기도하며 달래주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