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으로
내 스무 살의 봄날, 계엄의 철벽에 부딪혀 자유를 외치던 목소리들이 있었다
피로 물든 아스팔트 위에 새겨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 친구들을 잊고 살았다.
세월 속에 흘러간 줄 알았던 그 날들, 잊고 살았던 친구들, 다시 일어나 내 가슴속에 모여든다.
이천 이십사 년 십이월,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객관성을 갖고* 보니
비극의 순환으로 깨어나는 스무 살의 분노가 흰 머리카락을 일으킨다
역사의 수레를 거꾸로 돌리려는 자들은 들어라
우리가 주인이다 내가 주인이다 내 아이가 주인이다
여의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두렵지 않다 두 살 아기의 작은 손에 불빛이 흔들린다
깨어나는 스무 살의 피가 울컥울컥 솟구친다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자
민주의 불꽃, 스무 살 봄날에 피지 못하고 져버린 꽃들을 생각하자, 다시 한번
타오르는 광장의 함성으로 봄날을 불러오자
* 영화 <유령>의 대사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