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이었어
스크린 속 깊은 바다에
푸른 등 고래가 살고 있었다고 해
어느 날 고래는 살기 좋은 곳을 찾다가
덫에 걸리고 말았어
플라스틱에 옥죄인 커다란 입
생존을 갈구하는 절실한 눈빛으로
무언의 외침을 보내도
무심한 파도는 그 애절한 소리를 삼켜버리고 말아
잃어버린 꿈처럼 몸을 감싼 고통을 안고
힘겹게 헤엄치는 모습
자연의 따스한 품에서 소외된 영혼이여
순간
이 모습은 이미 예정된 비극일 거라고
누군가 외쳤던 기억이 났어
절규하는 자, 외면하는 자
모두가 우리라는 기억이 났어
저 고래뿐만이 아닌, 다가올
비극의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길 수 있을까?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우리의 양심을 꿰뚫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화면 밖 나의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데
우리
다시
생각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