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래의 눈물

by 혜솔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이었어

스크린 속 깊은 바다에

푸른 등 고래가 살고 있었다고 해

어느 날 고래는 살기 좋은 곳을 찾다가

덫에 걸리고 말았어

플라스틱에 옥죄인 커다란 입

생존을 갈구하는 절실한 눈빛으로

무언의 외침을 보내도

무심한 파도는 그 애절한 소리를 삼켜버리고 말아

잃어버린 꿈처럼 몸을 감싼 고통을 안고

힘겹게 헤엄치는 모습

자연의 따스한 품에서 소외된 영혼이여

순간

이 모습은 이미 예정된 비극일 거라고

누군가 외쳤던 기억이 났어

절규하는 자, 외면하는 자

모두가 우리라는 기억이 났어

저 고래뿐만이 아닌, 다가올

비극의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길 수 있을까?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우리의 양심을 꿰뚫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화면 밖 나의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데

우리

다시

생각해야 해

keyword
이전 21화잃어버린 만년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