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KIMCH
김치는 우리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핏줄 같은 음식이다. 김치의 종류만도 몇십 가지에 달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넘어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과 함께 김치의 인기도 날로 상승하고 세계 식문화와 결합하여 그 활용도 다양하다. '김치'는 고유어다. 그런 김치를 주인공으로 당당히 우리의 음식 문화를 알리는 곳, 프라하의 김치 레스토랑을 소개하며 간략하게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프라하를 여러 번 여행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몇 해에 걸쳐 계절마다 찾았던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어떠한 인연으로 나는 김치 식당을 주거지로 정하고 프라하에서 살아보기로 작정했다. 얼마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건, 살아보면서 정하면 될 듯싶었다. 김치 식당의 첫 이미지는 참 단아하고 심플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나의 일과는 단조로웠지만 한동안 마음은 힘겨웠다. 내가 할 일은 테이블을 세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영업은 점심때 부터지만 아침에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때론 그 시간 전에 마트로 장을 보러 가는 김여사(김치 식당 대표)를 따라나서기도 한다. 테이블 세팅이 끝날 즈음이면 주방의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부터 저녁 영업 전까지 브레이크 타임이 두 시간 있다. 그 시간이 돼서야 늦은 점심을 먹거나 또는 이른 저녁을 먹는다고 할까. 아무튼 스태프들에게는 꿀 같은 시간임에 틀림없다. 날이 갈수록 그 시간은 내게 참으로 귀한 시간이 되었다. 두 시간이면 근처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치 식당은 소박한 호텔,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다. 1층은 식당이며 2, 3층은 객실이다.
식당은 작지만 깨끗하고 정갈하며 동양적 분위기를 담고 있다. 조리실은 지하에 있었다.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놀라웠다. 이 건물 자체를 직접 설계하고 꼼꼼하게 감독한 게 보였다. 조리를 하는 주방과 음식을 식당의 홀로 올려 보내는 조리실 엘리베이터가 처음 보는 나로서는 신기했다. 지하실 전체가 음식 관련 장소였다. 김치냉장고가 서너 대, 일반 냉장고 그리고 세탁실이 있었고 조리사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방도 두 개가 있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온도였다. 식품 저장고로서 알맞은 온도다. 나 같은 경우엔 제철에 나는 열매나 과일로 청을 만들고 또는 민들레 같은 식물이나 꽃을 따서 효소를 담근다. 그것들을 보관하기에 최적인 방들이 있어서 흡족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 손님의 대부분은 놀랍게도 현지 주민들이었다. 시내 관광지에 위치해 있지 않고 한적한 주택가에 둥지를 틀어서일까. 하지만 요즘은 한국 여행객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한국사람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은 한식당인 셈이다.
음식들은 낯설지 않지만 식당일은 내겐 매우 낯선 일이었다. 내 가족에게 음식을 차려 주는 일이 아닌, 타인에게 그것도 낯선 외국인들에게(그들에겐 내가 외국인이지만) 우리의 음식을 내어놓는 일이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주방의 요리사들은 현지인들이었다. 그들이 능숙한 솜씨로 한국의 맛을 담은 음식들을 올려주면 나는 그것을 손님에게 서빙해 주었다. 내가 주로 담당한 것은 음료를 만들어 서빙하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떨리는 일일 줄이야.
음식의 메뉴는 모두 김여사의 감독 지시하에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김치의 양념에서부터 비빔밥의 고추장이나 간장 소스까지 정성을 담아내는 모습이 역력했다. 직원들은 주인의 그 깐깐함을 그대로 음식에 반영했고 나름 한국음식을 조리하는데 자부심을 갖는 듯했다. 음식에 쏟는 정성에도 깊이가 있게 마련이다. 내가 내 자식을 귀하게 여기면 남들도 내 자식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음이다. 이 식당을 다녀간 한국 여행객들은 한국에서 먹는 한국음식보다 더 맛이 있다고들 한다. 그들에겐 프라하에서 먹는 집밥인 셈이다.
우리는 반찬으로 먹는 김치를 이곳 사람들은 애피타이저로 주문을 하고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아, 매운 것을 이들도 좋아하는구나.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무침 같은 것을 밥과는 상관없이 주문을 한다. 김칫국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돌솥비빔밥의 밑바닥까지 밥알 한올 남기지 않고 박박 긁어먹는 체코 아줌마, 짬뽕 두 그릇을 혼자서 먹어치우는 일본 중학생, 돼지 불고기 소불고기를 즐겨 먹는 어느 가족, 그리고 간혹 김치를 주문 포장해 가는 이곳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엔 좀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치 식당의 보스, 김여사의 음식에 대한 애정과 정성은 현지인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이 조금 지나니 나도 조금은 감을 잡기 시작했다. 타국 생활에 적응하는 내 나름의 컨디션 조절이나 사람에 대한 낯가림을 극복하는 일은 힘들지 않았다. 조금씩, 때론 많이, 서로 다르다는 것만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주변 환경이 덤으로 맘에 드는 동네에 위치한 김치 식당, 나는 이곳에서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체코 프라하를 여행하다가 집밥이 그리운 분들은 한 번쯤 다녀가도 좋을 것 같다.
프라하 성 주변 지하철역인 malrostranská에서 빌라 호라(Billa hora)행 22번 트램을 타고
malýbrevnov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김치식당이다. (20분 정도소요)
ADDRESS
Bělohorská 2438/160, 169 00 Praha 6
CONTACT INFO
T: +420 603 448 601
E: kimchi.cz@gmail.com
HOURS OF OPERATION
Tuesday, Wednesday, Thursday
Lunch 11:30 - 14:30 / Dinner - Reservation only
Friday, Saturday
Lunch 11:30 - 14:30 / Dinner 17:00 - 22:00
Monday, Sunday — Closed
PS: 이글은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김치 식당은 코로나 당시부터 현재까지 휴업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