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1순위인 사람의 기록: 1화

사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두 글자

by 상온

지금처럼 내 관계가 불안정해질 때마다 과거 나를 사랑해 줬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함부로 했었는지, 그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했던 건지 이제야 깨달으며 벌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참, 너와 헤어지고도 내 삶은 너무 변한 게 없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 슬프긴 한데 또 그렇게 슬프지도 않다. 원래 이럴 걸 예상해서 그런가. 지금 이 선택이 맞는 거라고 생각했는데도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든다. 내가 너를 조금 더 기다렸더라면, 이 지지부진한 관계를 조금 더 이어갔더라면. 뭐, 그래봤자 결과는 똑같았을 것 같긴 하다. 그걸 아는데도 생각은 계속 이어진다.


나는 원래 사랑이 늘 1순위인 사람이었다.

사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두 글자. 나는 세상에서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난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내가 내 삶에서 나를 특별하게 만들고 하루를 새롭게 만드는 걸 사랑이라고 여겼고 여기고 있다. 사실 어릴 때는 이런 생각이 좀 우스웠다. 그래도 내 인생의 1순위는 나 자신이어야지, 사랑이 뭐라고 싶었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알게 됐다. 취업을 하고, 하루하루 쳇바퀴 같은 삶을 살고, 유튜브로 도파민을 채우고,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 같은 걸 해봐도 결국 남는 건 사랑이라는 걸.


물론 잠깐씩 사랑이 밀리는 순간도 있었다.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놀 때, 취업에 매달릴 때, 회사가 너무 바쁠 때. 근데도 결국 남는 건 사랑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늘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는 쪽으로 흘러갔다. 지금 생각하면 연애 자체를 좋아했다기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을 되게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으나 애정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자라진 않았다. 모순된 말이지만 부모님은 늘 바빴고, 많은 순간을 같이 보내진 못했다. 각자 짊어진 짐이 있었고, 그 무게로 때문에 그 사랑이 나에 대한 온전한 믿음이나 지지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굳이 말하지 않는 사실들이 많은 사람으로 자랐다. 혼자 정리하고, 혼자 견디고, 혼자 넘기는 게 익숙해졌다.


나의 아빠의 사랑과 애정이 담긴 눈빛을 꽤 늦게 봤다. 당신이 나이가 들고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질 때 처음 봤다. 아빠는 술만 마시면 내가 아기 때 얼마나 당신을 좋아했는지 얘기한다. 내가 당신만 졸졸 따라다녔다고, 그때의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반복해서 말한다. 근데 정작 나는 그 기억이 없다. 엄마는 조금 다르다. 엄마를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고 나를 향한 원망과 슬픔을 기억한다. 엄마는 헌신적이었고 최선을 다했다. 지금의 나는 나름 괜찮은 딸이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모습은 엄마가 준 사랑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기보단, 그때의 못난 나에 대한 반성과 미안함에 가깝다. 지금의 나보다도 어렸던 엄마에게 줬던 상처를 지워주고 싶어서.


그래서였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그냥 오롯이 나라는 사람을 사랑해 주는 경험은 나한테 늘 크게 남았다. 어떤 사람들한텐 그게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그런 걸 되게 크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늘 말하면서도, 정작 사랑을 믿는 방식은 서툴렀다. 사랑을 원하긴 했는데 막상 받으면 어쩔 줄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 첫 번째가 더 크게 들어왔던 것 같다. 그는 다정했고 마음이 넓었다. 흔히들 닭백숙이라고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순하고, 오롯이 나 자만 봐주고 사랑을 쏟아부어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도, 그런 사랑도 처음 봤다.




2화, 사랑이 사람을 바꾸는 방식

https://brunch.co.kr/@anna30/8

3화, 내 손으로 보내버린 가능성

https://brunch.co.kr/@anna30/9

4화, 이별을 하면 자꾸 상상을 한다.

https://brunch.co.kr/@anna3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