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잠시만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조 Oct 20. 2022

그래도 꽃

잠시(詩)만요

무리에서 떨어질 땐 불안했다

'나는 이대로 끝났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쓸모를 잃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버려지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버려짐을 기다리며 체념한다 해도 버려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도 저들처럼 빛날 수 있는데 나도 저들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데

되뇌어 봐도 나는 그저 바닥으로 떨어진 낙오자일 뿐이었다


한참을 낙담하고 멍하니 떠돌다 다다랐다

아무것도 없는 아무도 모르는 황량한 곳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다


저들이 보인 경계의 눈빛이 풀어진다

굳게 닫힌 저들의 입술이 살며시 열린다

내 덕에 밝아졌다고 환해졌다고 말한다


그제야 알았다

그래도 꽃이었음을

매거진의 이전글 환승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