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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킴 Mar 10. 2022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미공개작 떼로 구경하기

오크 파크의 5월의 라이트 플러스 하우스워크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물은 그 유명세 덕에 유료 실내 투어가 활성화되어 있다. 


시카고 시내의 루커리 빌딩

시카고 대학의 로비 하우스

오크 파크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홈&스튜디오

오크 파크의 유니티 템플


위의 건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유료 투어가 진행된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장소라서다. 상업이나 종교 단체 용도라 방문할 수 있기도 하다. 루커리 빌딩 같은 경우는 복수의 단체가 투어를 진행하기까지 한다. 안까지 보고 싶다면 해당 주체의 홈페이지 잘 살펴서 시간 맞춰 가면 된다. 


투어를 진행하는 자원봉사 단체 도슨트의 설명은 교육받은 내용들로 우선 진행된다. 초짜 도슨트는 교육받은 대로의 연도와 팩트를 속사포로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좀 지루하다. 그 숫자의 나열은 책 보면, 위키피디아 보면 다 나와서요.  

건축가에 대한 무조건 적인 신격화를 남발하는 도슨트도 있다. 어깨를 붙잡고 눈 속을 깊게 쳐다보고 싶다. 이보세요, 그들도 사람이에요. 자기 생각도 좀 있으셔야죠. 


자기만의 공부와 경험, 연륜에서 나오는 느낌, 오랫동안 그곳을 설명해 각종 에피소드가 쌓인 도슨트를 만나는 일은 가끔 일어나는 행운이다. 그런 도슨트를 만나면 그분이 진행하는 다른 투어도 수첩 들고 하룻강아지처럼 졸졸졸 따라다녀야 한다. 내가 한 도시에서 가치 있는 로컬 자료를 수집하는 팁이기도 하다. 


오크 파크의 수십 개나 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물들 앞을 매일매일 지나다니다 보니, 그 속이 궁금해졌다. 대중에게 속을 오픈하지 않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 말이다. 

지금 그 건물들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역사 속 건축물과 실제 살림살이가 어우러진 모양새와 집주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 진다.  




이런 나 같은 사람들이 워낙 많은지라, 오크 파크에서는 매해 5월의 하루, 라이트 플러스 하우스워크(Wright Plus Housewalk)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50여 년째 진행되는 유서 깊은 행사로, 전 세계의 건축 애호가들이 기다리는 행사이기도 하다. 매해 열개 이상의 집을 공개하는데, 해마다 그 리스트가 다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 말고도 동시대에 지어진 오크 파크 안의 멋진 저택들도 함께 선정해 속까지 다 보여준다. 패스가 대략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트러스트 회원이면 95불. 비회원은 125불. 


행사날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홈&스튜디오 앞. 이날만 등장하는 오른쪽의 저 빨간 트롤리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이 팔찌가 당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집 들어가는 패스다. 트롤리 무제한 탑승,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물 앞에 줄 선 사람들. 
라이트 플러스 하우스워크는 매년 오월에 단 하루다. 그해 리스팅은 2월이면 나오는데 매해 다른 집들이 올라온다. 
각 건물 앞마당 뒷마당 동선에 설계도나 옛날 사진과 수리 복원 사진 등을 전시해 두었다. 


어떤 집은 직접 주인이 안내하기도 한다. 대개 집을 처음 공개하는 경우다. 

어떻게 이 집을 구매했는지, 어떤 부분을 보존했고, 어떤 부분이 자신의 컬렉션인지 자랑스레 설명해준다. 유명한 건축가의 백 년 전 작품에 사는 기쁨과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야기해 준다. 

골동품 문화재 급의 집들을 사서 복원하고 꾸미고 사는 사람들의 취향이 역시나 어느 한 분야의 컬렉터인 경우가 많아서, 그 수집 스토리를 즐거이 보고 들어주면 된다. 


몇 번 공개해 본 집 같은 경우는 집주인이 자원 봉사자에게 집안 설명을 다 맡겨 버리고, 여행을 가 버린다. 다 동네 사람들이 하는 자원봉사라서, 어 올해는 집주인 누구가 어디로 가서 쉰다지 하는 수다도 듣는다. 그러다 정 귀찮으면 다음 행사에 공개 안 하다가, 십수 년 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트러스트의 설득으로 다시 재 공개하기도 한다. 


이날은 공개되는 각 집들 사이를 운행하는 예쁜 트롤리버스도 운행하고, 여기저기 기념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긴 줄로 동네가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하다. 그렇게 건축가가 지은 백 년 된 집들 속 구경하기가 수십 년간 연례 관광상품이 되어 이 작은 소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William C. Fricke House (Frank Lloyd Wright, 1901)
중간에 입구에 쌓인 소지품. 큰 가방이나 물을 두고 들어가야 한다. 개인집인지라 뭐 몰래 가져가지도 흘리지도 말라는.



William E. Martin House (Frank Lloyd Wright, 1903)
윗 사진 마틴 하우스의 거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도 미니어처 모형이 전시 중이다. 실제로 이날 들어갔으나 실내 카메라 금지라 퍼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트러스트 홈페이지에는 매년 공개했던 집 리스트와 사진이 연도별로 나와 있었는데, 지금은 당해년의 건물만 뜬다. 리스트에서 전에 열었던 집들을 구경하며, 왜 올해는 안 참가 안 하셨을까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매해 처음 오픈하는 데뷔조 집들이 있어 이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는 오랜 팬들이 많다.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안인지라, 프라이버시 보호로 실내 촬영은 금하고 있어서 실생활 집기가 있는 집안 사진은 없다. 

그래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만든 집의 현관에 들어서면 스테인드 글라스가 이렇게 밖과 안을 몽환적으로 구분시키는구나. 집주인은 이렇게 가구를 배치해서 사선형 창문 너머로 빛이 살아나게 하고 있구나 하며 안목이 상승한다. 


이날 공개하는 대부분의 집들이 백십 년 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가구 작품들, 등받이가 엄청 높은 나무 의자가 있는 오크 식탁을 거실에 배치하고 쓴다. 

그의 건축물은 수평선이 매우 강조되어 있는데, 그의 가구는 수직선이 엄청 강조되어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창조한 수평선과 수직선이 한 공간 안에서 꽉 차 있는 미국 근대 앤틱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the Francis J. Woolley House (189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스승 설리반 밑에서 몰래 수주해 설계한 건물. 그의 프레리 스타일 정립 전. 이 행사는 어린이 출입 금지라 어린이는 밖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인데 그의 시그니쳐 스테인 글라스가 없어 서운했던지라, 동시대 작품을 수집해 벽에 걸어 놓으셨다는 집주인 젊은 부부의 직접 설명이 있었다



Ashley B. Smith House (Robert E. Seyforth, ca. 1925). 다른 건축가의 작품, 아트 컬렉터인 집주인이 구석구석 설명해주시는 눈호강을 누림

 

시카고나 미 중부를 5월에 방문하게 되는 분들중 건축이나 도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 행사 미리 예약해서 하루를 할당하면 참 좋다. 죽은 박물관보다 사람이 숨쉬는 건축물을 구경하는 느낌. 그리고 이런 행사로 어떻게 작은 소도시가 살아나고 자원봉사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기에도 참 좋은 행사였다. 



이날의 득템. 이전의 기념품 재고 떨이 처분으로 삼.. 이때는 이 집이 열었구나. 오크 파크 내 최애 집.




추가

1. 2022년 5월 올해는 이전 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개 페페가 묻힌, 낙수장의 전구체, 로라 게일 하우스가 로이드 플러스 하우스 워크에 데뷔를 한다고 합니다. 궁금하신 분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참. 이 행사는 어린이 금지입니다. 남의 저택 안 계단 뛰어다니다 유리 장식장 깰까 봐서요.... 



https://flwright.org/wrightplus



2. 시카고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단독주택에 숙박해 보고 싶다면, 한번 여기 체크해 보세요. 단 한 건물이 그런 숙박 용도로 예약을 받습니다. 


에밀 바흐 하우스

https://www.stayinchicagoho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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