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뜨는 별 Autumnstar 11
시연은 엄마를 알고 싶었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 건 한 세계를 알아가는 일이다. 어쩌면 이 세상을 다시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연은 무너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기처럼 뒤집고 앉고 기다가 일어섰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다시 넘어질까 두려워 한 발짝도 뗄 수가 없었다.
시연은 자신에게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엄마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던 눈은 다른 사람들에게로 옮겨갔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늘 중요했었다. 이제는 시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매일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처음엔 물어보기조차 두려웠다. 원하는 걸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시연은 점점 더 깊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했다. 괴로움에서 두려움으로, 두려움에서 망설임으로, 망설임에서 자유로움으로 시연의 마음이 천천히 움직여 갔다.
마침내 시연은 두려움을 딛고 걷기 시작했다. 엄마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시연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시연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 엄마를 닮은 엄마가 되지 말 것, 엄마에게서 받아보지 못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내가 나 자신에게 줄 것.
그렇게, 시연은 엄마가 만들어놓았던 무대에서 내려왔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춤을 추고 울고 웃던 연기는 그만하기로 했다. 엄마가 만든 무대에서 그녀의 인형이 되느니 미움을 사고 외톨이가 되는 게 훨씬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 시연은 마침내 무대를 떠나 혼자가 되었다. 쓰라리지만 시원하게, 고독하지만 홀가분하게.
시연을 비난하던 엄마의 목소리를 걷어낸 마음자리에 괜찮다고 말해주는 자신의 목소리를 놓아두었다. 그 자리에는 어떻게 하면 두렵지 않을까 궁리하던, 두려움을 이겨보고자 했던, 그리고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옮겼던 어린 시연이 있었다. 어린 시연은 격려받기보다 꾸중을 더 많이 듣고, 사랑하는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슬퍼하면서도 자신을 아끼고 붙들었다. 시연의 안에 반딧불이처럼 작지만 끊임없이 빛나던 것이 있었다. 그리고 시연은 그 빛이 자신을 늘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시연은 은지와 함께 별자리 책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별 하나를 발견했다. '포말하우트(Fomalhaut)'라는 별은 가을에 남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라고 한다. 그래서 Autumn Star, 외로운 별이라 불린다고 한다. 시연은 자신이 그 별을 닮은 것 같았다. 하늘이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나는 별. 외롭고 고단했어도 너는 별이야, 시연은 자신에게 말해주었다.
무거운 목을 가누기 힘들었던 시연은 이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자신이 태어난 계절이라 좋아할 수 없었던 가을을 시연은 이제 사랑하게 되었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3년 후,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맞았다. 엄마는 마지막까지 시연의 면회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