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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Jul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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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하는 사람들과 하나님"을 쓰고

어제 쓴  "불평하는 사람들과 하나님"은 성경의 민수기 11장에서 12장에 걸친 내용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달픈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땅 가나안으로 향함을 몹시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고 불평을 일삼게 된다. 하나님이 내려주신 식량 '만나'에 질렸다며 고기를 요구하다가,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 다시 노예가 되는 게 낫겠다고 울부짖는다(민수기 11:1-9). 게다가 모세의 형인 아론과 누이 미리암은 하나님이 모세를 리더로 삼으신 것을 질투하여 모세를 헐뜯기를 서슴지 않는다(민수기 12:1-2).


https://brunch.co.kr/@annalee1340/78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전에도 하나님을 만나러 산에 올라간 모세를 기다리다 지치자, 아론의 주도 하에 금송아지 우상을 숭배했었다. 그들은 매일 주어지는 식량과 물, 그들의 리더 모세, 길을 인도하는 하나님의 구름에도 감사할 줄 몰랐다.

이집트에 아홉 가지 재앙을 내려 파라오의 마음을 돌리려 할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 가정의 큰 아들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셨다. 그들이 사막을 지나는 동안 하나님은 살아가며 지켜야 할 생활 규례들을 모세를 통해 가르쳐 주셨고, 사람들과 자신과의 계약인 십계명을 주셨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을 배신하고 불평을 멈추지 않았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 온 모세는 그들과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비난과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https://brunch.co.kr/@annalee1340/55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이스라엘 사람들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나 어렵게 이집트를 빠져나왔는데, 자기들을 구하려고 모세가 얼마나 애를 썼는데, 하나님이 얼마나 많이 기다려주고 필요한 걸 채워줬는데, 그걸 다 잊었다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 속 그들의 모습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누군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연기한다면 나는 그가 나임을 알아볼 수 있을까.

오래전 읽은 소설 <The Help(2009)>가 생각난다. 캐스린 스토킷(Kathryn Stockett)의 이 소설은 1960년대 미시시피 주 잭슨을 배경으로, 주인공 스키터(Skeeter)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당시 백인들의 인종차별 말고도 내게 잊히지 않는 대목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책이 나왔을 때 그것을 읽어본 백인들 대다수가 소설 속에서 잔인한 인종차별을 일삼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경 속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불평불만으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고 기막혀했던 나 자신도 결국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나면 어느새 힘들었던 기억을 잊고, 그 안에서 좋았던 것만 선택적으로 기억하며 현재를 불평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동이 깃든 쌀과 고기를 먹을 수 있음에 제대로 감사해 본 적이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어쩌면 매일 매 끼니 감사할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그냥 넘어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부끄러웠다.

미리암의 질투도 결국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보다 가지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질투는 시작된다. 내 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나를 사랑하고 믿어야  할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보다 더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다. 나는 귀한 존재이므로 한낱 그들의 질투나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나를 내가 귀하게 여기면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는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21)"는 말씀은 나를 해하려는 사람에게 호구가 되어 주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선한 믿음으로 그들의 악한 마음을 이기라는 뜻이라 믿는다.


어제의 글을 읽어주신 브런치 작가님들의 '불평'과 '감사'에 대한 댓글이 오늘 이 글의 원동력이 되었다. 같이 글을 쓰며 동행하는 분들의 공감이 부족한 나를 채워주고 일으켜 준다. 말할 수 없이 감사한 일이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것을 즐겨야겠다.

지금 이 순간 보이는 들리는 그리고 생각나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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